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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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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마에코] 찌개 먹는 ‘욘사마’, 뜨거워요

등록 2005-06-1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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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식탁에 자연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에 이곳을 홈그라운드 삼아 마음껏 누비고 다니는 ‘루키’가 있으니 바로 한국 음식들. “채소를 풍부하게 쓰죠, 색깔은 천연재료로 내죠, 한국 여성들 피부 좋은 건 김치 때문인 거 다 알아요.” 일본 후쿠시마의 한국 요리 전도사, 시마다 마에코씨의 말이다. “고추 요리에 한번 맛 들이면 매일 먹고 싶어져요.” 동행한 가와모토 나오코씨가 말을 거든다.

한국인 이웃에게 배운 김치, 찌개의 요리법을 지역 사회에 전수하고 있는 시마다씨는 원래 케이크·빵·일본과자 조리자격증이 있을 만큼 요리에 취미가 있었다. 슈퍼마켓의 반찬 진열대에서 ‘키무치’가 ‘다꾸앙’보다 넓은 자리를 차지한 건 오래됐지만 최근 한국 관광으로 본토의 맛을 접한 일본 주부들 사이에 ‘단맛’ 없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게 유행하면서 시마다씨의 스케줄도 빡빡해졌다. 그러나 이내 수강생들은 “한국식 디저트는 없냐” “다른 종류의 김치를 만들고 싶다”며 진도를 나가버렸고, 결국 요리 선생은 자비를 들여 5월 말 3일간의 본토 수련을 감행하게 됐다. 서울 장충동 한국 음식의 집 ‘대장금’을 견학하고, 떡 전문점 ‘질시루’에서 호박떡을 비롯한 ‘한국식 디저트’의 요리법을 익혔다. “대단해요, 한국 떡. 빛깔이 어찌나 예쁜지. 가짓수도 많고요.”

시마다씨가 한국 요리에 눈을 뜬 것도 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이다. “욘사마랑 지우상이 아침 식탁에서 찌개에 숟가락을 섞으면서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우와~ 저 사람들 아침부터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라고요. 일본은 각접시 문화인데다, 나베(냄비) 요리는 저녁에만 먹거든요. 그땐 찌개가 ‘미소시루’ 같은 음식인지 몰랐어요.” 이번 방문에서 떡 외에도 잡채, 삼계탕 등 몇 가지 레시피를 추가한 그는 5월26일 요리 선생의 새 메뉴를 애타게 기다리는 일본 주부들 곁으로 돌아갔다. 후쿠시마 한국어·한국문화 네트워크의 요리 클래스나 소학교 학부모 모임 등에서 입맛 전수는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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