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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부케를 던진 최초의 금뱃지

등록 2005-06-02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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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한나라당 의원(34·부산 연제)이 5월28일 국회 의원동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네살 위인 권기석(38)씨로 LG CNS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주례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맡았다. 김 의원은 ‘최연소 국회의원’에 더해 ‘임기 중 결혼한 최초의 국회의원’ 꼬리표를 달게 됐다.

2년 전 부모님 친구분의 소개로 소개팅을 한 두 사람은 한눈에 반해 불타는 사랑을 키웠다, 기보다는 좋은 느낌만 갖고 서로를 지켜보았다. 외견상 뜨뜻미지근해 보일 정도의 만남이 이어졌다. 결정적으로 ‘불’을 댕긴 건 지난해 17대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이 출마 결심을 하면서다.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로 10년 동안 일해온 김 의원은 이런저런 ‘잘난 남자들’을 수없이 봐온 터이기에, “소탈하고 잘 웃는 저 남자가 말로는 ‘소신껏 해보라’고 하지만 과연 나를 감당하려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신랑쪽 나이도 있어 결혼을 서두를 것 같았다.

그러나 ‘김 후보’가 현역 의원을 제치고 높디높은 당내 경선의 벽을 뚫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권씨였다. 후보 발표날 ‘김 후보’의 프로필과 사진을 기자들에게 전달한 이도 권씨였고, 그 뒤 총선까지 퇴근 뒤의 모든 시간을 온통 ‘그녀’에게 바쳤다. 참모진과 선거운동원들이 많았지만, 예를 들어 다리가 퉁퉁 부었을 때 마사지를 해준다거나 때론 같은 편 사람에게 살짝 ‘원망’이 들때 후련하게 ‘뒷담화’를 나눌 상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권씨는 기쁜 마음으로 ‘음지에서’ 김 의원을 도왔다. 17대 국회 개원 뒤에도 두 사람의 만남은 늘 김 의원의 동선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일 욕심 많은 김 의원의 사무실은 늘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해외 출장 때를 제외하고는 주말에 지역구에 내려가는 일도 거른 적이 없다. 덕분에 데이트는 늘 토막 데이트였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있는 김 의원의 집으로 가는 동안, 집앞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 먹을 동안,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의 커피 한잔 사는 동안…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대의 매력과 장점이 훨씬 더 잘 보였다는 게 두 사람의 고백이다. “붕붕 나는 뜨거운 열정이 아닌, 낮은 포복의 따뜻한 감정”을 키웠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날 축의금과 화환을 일절 받지 않아 인산인해를 이뤘던 축하객들을 허탈하게도 했다. 새신랑 새신부는 이날 밤 부산 연제구에서 간단한 피로연을 한 뒤, 전남 보성과 광주 5·18 묘역 일대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신혼살림은 신랑이 살던 서울 신촌의 아파트에 꾸렸다. 서로 자취할 때 쓰던 물건을 그대로 쓰기로 하고, 전자레인지와 에어컨만 새로 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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