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5월2일이면 엄근학(52)씨는 지긋지긋한 불법 체류자 신분을 벗는다. 1997년 불법 입국한 뒤 올해로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며칠 전 법무부에서 “‘외국인 등록증이 나왔으니 찾으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며 “그동안 고생하면서 지내온 시간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안에 본부를 뒀던 독립군 2지대 군의관 엄익근(1890~1950·1982년 서훈) 선생의 손자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경찰을 피해다녀야 하는 불법 체류자 처지에서 국적회복 신청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국가보훈처와 법무부가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속여 국적을 취득하려는 사기꾼 취급할 때 제일 서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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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빛을 찾은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사업회)쪽과 연결되면서다. 사업회를 통해 엄씨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한겨레> 2004년 11월8일, 2005년 4월4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인 이덕남 여사 등 엄씨의 사연을 딱하게 여긴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팔 걷고 측면 지원을 했다.
엄씨도 자신이 독립운동가 후손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위해 할아버지 모습이 담긴 각종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찾으러 서울 곳곳을 헤매다녔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그의 막내 동생은 할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남도 용강에 다녀오기도 했다. 충분치는 않지만 자료가 조금씩 모였다.
외국인 등록증이 있으면 노동부에 신고한 뒤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경찰을 피해다녀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강화로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 엄씨는 “늦게나마 조국에서 어려움을 살펴줘 고맙다”며 “국적이 회복되면 중국 헤이룽장성에 잠들어 계신 아버님 영전에 주민등록증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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