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추구하는 열정가.’ 5월31일 10년간 맡아온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떠나는 제임스 울펀슨(71)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울펀슨은 펜싱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에게서 명예기사 작위를 받을 정도로 음악과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 울펀슨은 40살에 첼로를 켜기 시작해 50살에 개인 콘서트를 열었으며,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세계은행에 들어가기 전에는 살로먼 브라더스 등에서 증권 인수업자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부시 행정부와의 ‘불화’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그는 두 번째 임기인 지난 5년 동안 부시 행정부와 가장 불편한 사이로 지내온 보기 드문 세계은행 총재였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울펀슨은 1995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세계은행 총재에 오른 뒤 총재직을 2기 연임했으나, 부시 행정부가 자기 사람을 기용하면서 3기 연임에는 실패했다. 전통적으로 미 행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물이 앉는 자리가 세계은행 총재다. 그는 전세계의 빈곤 퇴치와 최빈국들의 부채 해소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은행의 개발 프로그램을 비판해온 영국의 자선단체 옥스팜 등과 같은 비정부기구(NGO)와도 대화의 문을 열어왔다.
울펀슨은 특히 가난한 나라에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할지에 대해 부시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4월12일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부시 행정부는 나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나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전임 총재들은 누군가의 지원을 받았으나 나는 어떤 지지도 받지 못했다. 이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매우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그는 세계은행 경영을 위한 조언을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구했다고 덧붙였다. 뜻밖에도 최근 그에게 미국의 중동특사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와 재건작업을 돕는 일이다. 부시 행정부가 껄끄럽게 여겼던 그를 중동 평화의 유지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힌 ‘꿍꿍이속’에 대해 다들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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