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지난 4월2일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계자 선출을 앞두고 유럽의 전문가들은 중세의 예언서까지 들추며 차기 교황을 점치기에 바쁘다. 이런 가운데 첫 흑인 교황 후보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어 세계인들의 눈길을 끈다. 바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으로, 교황청 안에서 대표적인 이슬람 전문가로 불리고 있다. 대주교 시절이던 지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발탁돼 로마 교황청에 들어와 이듬해인 85년 추기경으로 승격했다. 그 뒤 2002년까지 20년 가까이 이슬람교, 불교, 유대교 등 다른 종교와의 화해와 교류협력 문제를 맡은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을 지냈다. 뛰어난 유머감각과 어려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의 보수주의적 신앙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가톨릭이 다른 종교와 교류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이슬람 종교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가톨릭교 내에서 그의 주가는 더 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린제 추기경은 동성연애, 혼외정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교황청 서열 4위로 성사의 규율과 전례업무를 담당하는 신앙 성성(聖省) 수장을 맡고 있다. 1932년 11월1일 나이지리아 남부 시골마을 에지오웰레의 토속신앙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아일랜드계 학교에 다니면서 9살 때 영세를 받는 등 독실한 신앙인의 길을 걸었다. 그 뒤 26살 때인 1958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1965년 32살 최연소 주교에 올랐으며 1967년 나이지리아 오니차 교구 대주교로 승격됐다. 그는 런던대학에서 수학하는 등 영국에서 교육을 받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데다 아프리카 출신으로 제3세계와 서유럽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그가 교황으로 뽑히면 AD 496년에 서거한 겔라시우스 1세 이후 1500년 만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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