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상식의 힘은 대단하다. 강의석(20)씨가 상식의 힘으로 지난해 미션스쿨에서 ‘예배 보지 않을 권리’를 쟁취했다면, 공공도서관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상식의 관점에서 제동을 건 이가 있다.
사법시험 준비생 김희중(29)씨. 경기 시흥시립도서관의 ‘죽돌이’였던 김씨는 지난 4월1일 도서관을 상대로 한 외로운 싸움 끝에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보호’ 권고를 이끌어냈다. 2003년 11월 김씨는 도서관에 설치된 무인좌석발급기를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다. 발급기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만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 열람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도 문제였다. 도서관 직원들이 아무 허락 없이 이용자들을 지켜본다면 ‘프라이버시 침해’ 아닌가.
“마침 헌법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죠. 우리 헌법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있거든요.” 그는 곧 도서관 홈페이지에 무인좌석발급기의 철거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홈페이지에서는 토론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역신문에 제보해 실린 기사를 도서관 곳곳에 붙였다. 그러나 도서관쪽은 “이용자들의 ‘자리 맡아주기’ 관행과 잦은 도난·분실 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2003년 12월 시민단체와 함께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부터 시흥도서관을 포함해 무인좌석발급기와 CCTV를 운영하는 21개 공공도서관의 정보인권 침해 여부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김씨의 승리였다. 인권위는 1일 “무인좌석발급기 이용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개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CCTV는 자체 규정이나 관리 방안을 만들어 사용하라”고 도서관들에 권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인권위 결정은 관리 규정만 있으면 CCTV로 찍어도 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며 “인권위 시각에도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헌법학 교과서를 들고 아침 7시에 시흥도서관에 간다. 정보인권 활동가들과 만나 인권위 결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수요일을 빼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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