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지난 1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청각장애인올림픽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정선화(22·사진 아래)-신현우(28)씨는 배드민턴 국가대표였던 ‘김동문-라경민’을 연상케 한다. 6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오면서 각종 세계대회를 휩쓴 게 김-라 커플을 꼭 닮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청각장애인 배드민턴의 ‘환상의 혼합복식조’라고나 할까. 이들은 이 대회에서 독일·인도·러시아·리투아니아 등 전통의 강호를 차례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내 장애인 선수로는 최고인 월 8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됐다.
청각장애인 선수들의 경기 실력은 비장애인과 거의 맞먹는다. 청각장애 때문에 순발력은 좀 떨어지지만, 힘이나 속도 등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각장애 선수들 중에는 일반 대회에 출전해 비장애인들과 겨루는 이들이 많다. 또 다른 장애인들과 경기력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은 별도로 대회를 치른다. 정 선수도 일반 고교(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교에서 후배들이 받는 맹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효과가 좋아 이번 대회에서 여자단식 우승도 노릴 수 있었지만, 혼합복식을 뛰느라 체력이 바닥나는 바람에 아쉽게 2관왕을 놓쳤다.
정 선수의 특기는 드롭이다. 이 기술은 셔틀콕의 순간 속도를 0에 가깝게 조절해 네트 바로 앞에서 뚝 떨어지게 만드는 고난도 타법이다. 손 기술뿐 아니라 차분하게 경기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그렇다고 정 선수의 성격이 마냥 차분할 것 같다고 예단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사고뭉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매우 활동적이고 씩씩하다.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수다 떠는 것을 즐기는 평범한 20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수다는 조용하다. 문자메시지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좋아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특수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요.” 1분에 80타를 치는 전형적인 ‘엄지족’인 그가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밝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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