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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덕] “장애인 비디오 그냥 드려요"

등록 2005-03-2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물이 굽이치면 땅이 파인다. 하지만 흙은 또 다른 곳 어딘가에 쌓인다. 1997년 환란은 굽이치는 물이었다. 물에 휩쓸리는 이들의 아우성이 도처에서 들리던 때였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부에서 일하는 윤성덕(36)씨도 그랬다. 그도 당시 일자리를 잃었다. 본래 그는 입시학원 강사들의 강의를 연출·녹화해 위성방송으로 쏘아보내는 PD였다. 외딴 산골 아이들에게 서울 명강사들의 학원 과외를 받게 한다는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자금난으로 해당 사업을 접었고 그도 밀려났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손을 놓고 있던 윤씨에게 복지사였던 아내가 권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해보죠. 당신이 할 일이 있을 거예요.” 이력서를 들고 서울 강동구 고덕1동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처음 하는 복지관 업무였지만 적응이 빨랐다. 기획·홍보 업무를 담당하면서 윤씨는 미디어로 눈길을 돌렸다. ‘송충이가 먹던 솔잎’은 그곳에도 있었다. 교육 홍보 비디오 <희망채널 21-지원고용이 보인다>는 다운증후군 신윤철씨가 의류 제조업체에 취직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며 지원고용을 알리는 내용이다. 지원고용이란 비교적 직무가 쉬운 단순직종에 장애인들을 배치하고 직업재활 교사가 현장에서 작업과 생활태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윤씨는 기획·시나리오·촬영까지 이 비디오를 손수 도맡았다. 창작품은 아니지만 윤씨가 기획해서 만든 것은 여럿이다. 임신 준비기부터 유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장애의 요인들을 설명하는 <장애 예방할 수 있어요>, 뇌성마비 소년과 비장애인 짝꿍의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우리사이 짱이야>(황미나 원작) 등이다. 윤씨는 이런 비디오들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 소중한 작업이라고 믿는다. “처음에는 우리가 먼저 학교로 비디오를 보냈습니다. 무료인데도 어떤 학교에선 ‘장애인복지관’에서 나온 거라고 씌어 있으니까 나중에 돈 내라는 줄 알고 반송하기까지 하더군요. 비디오가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나 연락 주세요.”02-441-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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