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반기독교적인 노래와 섹스와 폭력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1994년 데뷔 이래 10년이 넘게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미국 ‘쇼크록’의 대부 마릴린 맨슨이 두 번째 한국 공연을 마치고 떠났다.
그는 2월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무대에서 1시간 반 동안 특유의 관능미를 한껏 과시했다. 기독교 단체 회원들의 즉석 기도회가 열리는 등 긴장감 속에서 열렸던 2003년의 공연에 비해 적은 인원이 모였지만, 이날 공연을 마친 맨슨은 한국팬들의 열렬한 호응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2시간 동안 대기실을 서성이다 떠났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를 전제로 어렵게 허가가 난 공연이었지만, 겉옷을 입은 채 자신의 성기를 잠시 만진 것 외에 별다른 퍼포먼스는 없었다. 이미 국내 기획사가 ‘한국 사정을 감안해달라’며 양해를 구한 상태였다. 또 지난 가을 공연이 확정된 뒤 한 일간지가 “교계의 대책이 요망된다”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으나, 일부 종교단체가 기획사에 문의전화를 몇통 한 게 전부였다.
그는 내한에 맞춰 가진 국내 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특정 종교를 비방하려는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기이한 분장과 엽기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마치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하듯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안티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96)나 십자가 퍼포먼스에 대한 미국 기독교인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음악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1998년 자서전도 낸 그는 1999년 미 여론이 컬럼바인 총기 난동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자신을 지목하자 <롤링스톤>에 ‘컬럼바인,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해 자신을 변호했다. 영화 <매트릭스>에 삽입된 대표곡 <록 이스 데드>는 니체의 ‘신은 죽었다’(God is dead)에서 단서를 얻은 곡으로 “God is on T.V”라는 가사엔 미 종교의 ‘위선’과 미디어의 ‘기만’에 대한 공격이 내포돼 있다. 종교·철학에 대한 관심을 음악에 녹여내면서 미디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국에 이어 2월5, 6일 일본에서 공연을 했으며, 5월부터는 유럽 장기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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