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직접 목격한 피해 지역은 TV나 신문을 통해 본 장면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참혹했습니다. 앙상히 골조만 남은 가옥, S자로 형상이 바뀐 아스팔트 도로…. 원자 폭탄이 투하됐어도 이처럼 폐허로 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월20일 삼성전기 사내 인트라넷인 ‘마이싱글’ 게시판에 장문의 글 1편이 떴다. 이 회사 타이법인 노승환(43) 부장이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타이 지역에서 복구활동에 참여한 뒤 쓴 현장 수기였다. 애초 이 글은 노 팀장이 삼성사회봉사단의 김지훈 대리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전자우편물이었는데, 김 대리를 거쳐 사내 인트라넷으로 옮아갔다.
동료 직원의 현장 수기를 접한 회사 및 관계사 임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지역 법인들에서도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구호의 손길이 끊기고 있어 안타깝다”는 내용의 현지 상황보고가 잇따랐으며, 삼성그룹 차원의 모금활동에도 불이 붙었다. 삼성 각 계열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성금 모금 참여를 결정하고, 신속한 지원을 위해 임직원의 모금 예상액 20억원을 회사에서 먼저 마련해 때마침 방한 중인 국제구호단체 유나이티드 웨이인터내셔널의 크리스틴 제임스 브라운 회장에게 전달했다. 삼성은 이달 초 그룹 차원에서 300만달러의 성금을 낸 데 이어 20억원을 추가 기탁함으로써 지진해일 피해 성금으로 500만달러를 지원하게 됐다.
노 팀장은 전화 통화에서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지역의 참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인 직원들과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그것을 이메일로 전했던 것인데, (대규모 모금활동으로 이어져)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노 팀장이 타이 법인에서 일한 것은 입사 이듬해인 1993년부터였으니, 올해로 13년째에 이른다. 한국외국어대 타이어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타이문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타이와는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타이 실라빠껀 대학에서 고고학을 연구하기도 해 그룹 내 최고의 타이 전문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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