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서울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와 우리은행과 그린약국 사이 길로 들어서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엄청난’ 이름을 가진 식당을 만난다. 인도·네팔·티베트 음식 전문점 ‘에베레스트’다. 불경기라 인근 식당들은 개점 휴업 상태이나 이 집만큼은 문턱이 닳는다. 맛 하나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인도식 커리와 난(납작하게 구운 빵), 티베트식 자오미엔(볶음국수), 네팔식 탈리(동으로 만든 접시 위에 밥과 각종 반찬 종지들을 올려놓은 가정식 백반)를 4천∼8천원에 즐길 수 있다. 붉은차에 우유와 설탕을 섞은 ‘찌아’와 요구르트 셰이크인 ‘라시’ 등 전통 음료도 풍성하다.
주인인 네팔인 구릉(30)씨는 5년 전에 한국에 정착했다. 무역업을 하면서 네팔항공 한국지부 일도 한 억척스런 ‘투잡스’족이었다. 한국에 드나들며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 산악인들과 어울릴 일이 많았다. 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제대로 된 고향의 맛을 느낄 만한 식당은 찾기 어려웠다. 밥을 주식으로 채식요리와 양념이 발달한 네팔음식은 한국인의 미각에도 어울린다. 또 인도와 티베트의 음식 문화가 수렴돼 다양한 요리들을 자랑한다. 구릉씨는 2년 전 아내와 의기투합해 그동안 번 돈을 모두 투자해 식당을 차렸다. 아내 레이누(29)씨와 동생, 고향 출신 주방장과 아르바이트 학생이 똘똘 뭉쳐 일하는 가족기업이다.
구릉씨는 “동대문 일대 이주노동자들에게 고향 음식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어느덧 손님의 90% 이상은 한국인들이 됐다”면서 “음식은 곧 문화이니 민간외교를 하는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으면 여행서에서는 얻기 힘든 실용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주문이 들어온 뒤부터 요리를 하므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싶지만, 전통 장식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음식 주문 전에 구릉씨의 설명을 미리 들으면 맛을 더 즐길 수 있다(www.everestf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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