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12월22일 낮 12시. 서울 세종로 문화관광부 앞에 ‘꽃모자’가 떴다.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한 화려한 모자를 쓴 남자는 1시간 동안 하얀 스케치북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스케치북엔 ‘예술인회관 국고환수’라는 글귀가 써 있다. 작가·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찬경(38)씨다.
박씨가 이날 문광부 앞에 나서게 된 것은 문광부의 전향적인 조처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2004년 8월 작가모임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 점거 퍼포먼스를 이끌며 이 문제를 이슈화한 뒤 문광부는 예술인회관에 추가로 지원했던 교부금 50억원을 환수 조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그동안 예총이 받았던 지원금 총액 320억원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예술인회관 사업이 종전의 방식대로 진행될 경우 임대사업을 위한 부동산이 될 것이 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매주 수요일에 문광부 앞에서 ‘1인시위 퍼포먼스’를 벌이기로 하고 박찬경씨를 1호 시위자로 선택했다.
박씨는 “분단 이래 문화 분야에 관제 정책이 지속돼왔고 이것이 가장 영혼이 자유로워야 할 작가들에게조차 내면화돼왔다”며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작가다운 재치 있는 방식으로 이런 지점을 짚어가는 점이 통쾌하다”고 말했다. 영화·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뒤섞으며 환상과 실재의 모호한 경계를 더듬어온 박씨는 한편으론 영화 속 판문점 세트를 찍거나 독일에 광부·간호사로 간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분단·냉전 같은 묵직한 소재를 다뤄낸다. 이러한 작품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에게 주는 ‘2004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씨가 형이고 아내 양현미씨 또한 문화정책 연구자(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기획실장)이며 매제 이태헌씨도 영화사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어 온 가족이 ‘문화 가족’인 박찬경씨는 “예술인회관 사업을 계기로 문화계 안에 묻혀왔던 잘못된 정책들이 터져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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