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우리 땅, 우리 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티베트 망명정부 환경부 선임연구원 텐징 양첸(36)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티베트의 부미푸트라강 하류에서는 올 들어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나타났다. 양첸은 “부미푸트라강은 수백년 동안 이상한 징후를 보인 적이 없다”며 “강의 상류에서 틀림없이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은 자신들의 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중국 정부가 국제 조사단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는 인도, 중국은 물론 인도차이나로 흘러가는 강들의 발원지다. 티베트의 상류에서 비옥한 토양이 흘러 메콩강을 비옥하게 만든다. 티베트의 강이 마르면 인도, 중국, 인도차이나에는 가뭄이 든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몇해 전부터 대규모 댐을 건설해 강줄기를 중국쪽으로 돌리면서 인도와 인도차이나에는 가뭄이 잦아지고 있다. 양첸은 “티베트의 강 문제는 티베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호소했다.
양첸은 자기의 땅에서 유배된 티베트인이다. 그는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티베트의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도의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노르웨이에서 석사학위도 받았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회의를 통해 티베트의 수자원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양첸은 “중국의 개발이 티베트의 자연뿐 아니라 티베트인의 삶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티베트는 한창 개발 중이다. 중국에서 이어지는 티베트 직통철도가 건설되고 있고, 티베트의 각 지역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개발의 열매는 중국인이 따먹고 있고, 티베트인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양첸은 “티베트 젊은이들이 개발 열풍 속에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 걱정”이라며 “앞으로도 티베트의 자연과 전통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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