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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국제적 수준의 개성공단 만든다”

등록 2004-12-17 00:00 수정 2020-05-03 04:23

첫 남북경협 사업 이끄는 김재현 신임 한국토지공사 사장… 고유 업무 토지 공급사업도 고객 맞춤형 지향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공기업도 변해야 산다.”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 11월16일 새로 취임한 김재현(59) 사장은 투명한 윤리경영과 화합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앞으로 3년의 임기 동안 토공을 가장 모범적인 공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입사 25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우선 공사 내 탈권위, 격식 파괴, 문턱 낮추기 등을 실천하고, 고유 업무인 토지 공급 사업도 기존 공급자 위주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토공은 2005년 창립 30돌을 맞는다. 김 사장은 사내 업무 혁신팀을 만들고, 토론 문화를 활성화해 앞으로 세계 일류의 공기업으로서 30년을 질주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내느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개성공단을 차질 없이 국제 수준의 공단으로 성공시키겠다”며 개성공단 사업의 중요성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했다. 김 사장을 12월9일 오전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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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화 단지·아파트형 공장 등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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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토공 출신 사장으로서의 포부와 특별히 야심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그동안 청춘을 바쳐온 토공를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토공은 국토의 종합적 이용과 개발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1억평이 넘는 도시 용지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간의 양적 평면 개발에서 질적 균형 개발로 국토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고, 공기업 경영 효율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점증하는 등 경영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최고경영자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실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임기 중에는 참여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정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도록 공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결집해나가겠다. 더불어 통일한국 시대 대북 개발 사업의 초석이 될 최초의 남북 경협 사업인 개성공단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

토공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개성공단 시범단지 사업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며, 앞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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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시범단지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의 조기 입주 요구를 수용하고, 남북 당국간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서둘러 추진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용수·전력 공급 등은 입주 업체가 스스로 해결하는 조건으로 시범단지 2만8천평을 조기에 공급하다 보니 일부 문제점이 생겼다. 또 개성공단 출입시에는 유엔사와 북쪽 군부에 일일이 통보해야 한 탓에 기업인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관련 당사국과의 전략물자 반출 협의가 늦어지면서 사업 승인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불편사항 가운데 기반시설은 상당 부분 해결됐다. 특히 전력 합의서는 이미 체결되었고 통신도 연내에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출입은 경의선 도로·철도 개통 이후 본 합의서 체결시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보며, 전략물자 반출도 해당 기업의 반출 품목 대체 등으로 곧 협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단지 입주 초기 단계의 여러 불편사항은 일단락되는 셈이다.

개성공단의 나머지 1단계 개발 사업과 관련해 토공 차원에서 입주 업체 분양제도 개선안은 마련하고 있는가.

공사는 지난 6월 추진한 시범단지 분양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고 개성 지역의 특수성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이 선정되도록 기준을 만들어 15개 기업을 심사 방식으로 선정한 바 있다. 선정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범단지 분양 이후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사에서는 새로운 분양 기준을 마련하고자 지난 8월 정부, 학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열어 성공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기업을 배제하고 일정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대상 업체를 선정하는 방안과 분업·협업 등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협동화 사업단지, 영세업체 등을 위한 아파트(APT)형 공장용지 공급 등 상품을 다양화해 순차적으로 분양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여론 수렴과 시범단지 운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내년 1/4분기까지 투명하고 공정한 분양 기준을 확정하겠다.

“입주 업체 난관들 적극 지원한다"

개성공단 1단계 시범단지 입주 업체들이 토공에 가장 많이 협조를 요청한 사항들은 어떤 것인가.

전략물자 반출입 문제를 포함한 협력 사업의 조기 승인, 원산지 문제의 해결방안 강구, 남북협력기금의 적극 지원, 통행 절차 간소화, 건축비 인하 등이다. 공사에는 방북에 필요한 초청장 발급과 안내 등 실무지원, 기반시설의 적기 공급 요청 등이다. 입주 업체의 추가적인 지원 요청 사항이 있으면 관련기관과 협의하여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나.

개성공단 사업은 국내외와 비교해 다른 점이 많아 대단히 어려운 사업으로 다양한 정보의 축적이 필수적이다. 개성공단 관련 법·제도를 비롯해 여러 투자 환경이나 사업 추진 절차와 방식에 대한 연구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대북 사업이나 해외 사업 유경험 업체들의 사례 분석 등 다양한 정보 축적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또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한 모두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가관, 윤리의식 등을 갖고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토지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한 협력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

공사는 우선 현재 진행 중인 공장 구역 1단계 100만평 사업에 주력할 생각이다. 공장 구역 추가 개발이나 다른 분야의 참여는 앞으로 북한의 대외정책 추이와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을 감안해 정부와 협의해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국토 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한 토공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역간, 지역 내 균형발전을 고려한 선 계획·후 개발 체제로서 국가·지자체·주민이 모두 만족하는 지역 완결형 도시 건설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 경제자유구역, 혁신클러스터, 신도시 조성 등 국가 차원의 정책사업 추진에도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 또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를 위해 국토 정보화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정책이 조기에 가시화되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모든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나갈 것이다.

내부 직원 비리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들어 비리 사건이 발생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공사는 올 초 윤리경영 체제 구축을 마무리하고 지난 6월 대내외에 윤리경영을 선포하는 등 본격적인 윤리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또 10월에 공사 내 ‘반부패추진기획단’을 세워 국민에게 신뢰받는 깨끗한 공사 구현과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일하는 공직 풍토를 만들기 위해 분야별 부패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공기업의 비리·비효율 제거를 위하여

내부 경영혁신 계획이 있다면 밝혀달라.

내부적으로 공기업이 지닌 비효율이 아직도 곳곳에 잔존하고 있고, 안전 중시의 보수적 성향 등이 효율적이고 신속한 일처리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재임 중 목표를 ‘혁신을 통한 제2탄생’에 두고 사업 구조, 조직·인사·문화, 업무 시스템 분야 등 경영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해 자그만 부분까지 개선할 수 있는 혁신 과제를 도출해 제대로 이행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문제인식과 변화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모든 직급을 망라한 임직원 대토론회를 수시로 개최하며, 혁신계획과 변화관리를 담당할 전담 조직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새로운 30년이 시작되는 2005년 새 아침에는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고,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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