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리=우명주 전문위원 greeni@hotmail.com
“얘, 방자야. 저기 오락가락하는 것이 무엇이냐?”
익히 듣고 보아온 ‘춘향전’일지라도 그 장소가 인도이다 보니 참으로 새삼스럽다.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인도 학생들은 ‘한국 주간’을 맞아 연극 을 공연했다. 두달 정도를 연습에 몰두한 덕분인지 공연은 수준급이었다.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하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연기도 뛰어났다. 덕분에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인도 관객에게도 적잖은 호응을 받았다. 또 현대식으로 바뀐 대사가 가미돼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가령 변사또가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 남원 땅에 춘향이가 ‘얼짱’으로 소문이 났다던데…” 하는 식이다. 마지막 장면은 춘향과 이도령의 포옹신이었다. 그러나 춘향 역을 맡은 여학생 헤마가 부모님이 오실 텐데 그런 장면은 곤란하다고 말해 손 잡는 장면으로 수위가 조절됐다. 또 원래 월매 역을 맡았던 기혼 여학생은 남편의 반대로 결국 연극에 동참할 수 없었다.
방자 역을 맡은 가브라브 니감과 변사또 역의 아디티야 바신은 지난 시험에서 수석과 차석을 차지해 국제교육진흥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니감은 우연히 쇠고기를 먹게 되었는데 무척 맛있었다고 말했다. 인도로 돌아올 때는 김치를 잔뜩 사가지고 왔단다.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한자를 꼽았다. 어순이나 표현 등은 힌디어와 유사해 그다지 어려움이 없으나 한자를 익히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한자보다 발음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어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이 모든 학생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델리대의 한국어 과정은 지난 2002년 델리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안에 부전공 과정으로 신설됐다. 2003년 처음 신입생을 뽑았다. 지난 입학시험에서는 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왜 한국어를 공부하려 하느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한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최근 인도에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달 인도를 방문했다. 이런 일들이 학생들의 기대치를 더욱 높여주는 한편 한국어를 가장 전망 있는 외국어로 여기게끔 만들고 있다. 델리대 한국어 과정에는 1학년 50명, 2학년 2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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