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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동문서답 / 이춘재 기자

등록 2004-11-18 00:00 수정 2020-05-03 04:23

사학 설립 “불법 인가 냈다" 국감 질의에 “인가 뒤 문제 없었다" 엉뚱한 답변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야당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교육위)은 지난 교육부 국감 때 전문대학인 청강문화산업대(경기도 이천시·96년 설립)와 경문대(경기도 평택시·97년 설립)의 설립 인가 과정의 불법 사실을 지적하며 교육부 담당 직원들의 직무 유기와 문책 여부를 서면으로 질의했다.

95억원 중 44억원 안 낸 것 맞다?

최 의원은 두 대학이 학교설립 인가 신청 때 출연재산을 제대로 내지 않았는데도 당시 교육부 담당 관료들이 학교설립을 인가해준 것( 532호(2004년 11월4일 발간)의 ‘사학 불법설립, 누가 도장 찍었나’ 보도)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11월8일 최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청강대 법인이 임시방편으로 제시한 예금잔액증명서를 대학설립심사위원회에서 적절히 확인하지 못한 점은 있으나 사후 감사 결과 설립 인가 이후 부족 재산 이상을 출연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고, (경문대의) 일부 증빙자료 부재와 타인 명의의 재산이 출연된 것을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사실이나 두 대학 모두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답변은 전혀 엉뚱한 것이다. 이 답변에서도 지적됐듯이, 청강대는 학교설립 신청 때 ‘법정’ 출연재산(학교 규모에 따라 법으로 액수가 정해짐)을 다 내지 않았다. 교육부 답변 중 ‘설립 인가 이후 부족 재산 이상을 출연’이란 표현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로 이 확인해 보니, 청강대는 법정 출연재산이 95억원이었으나 이 중 44억원을 출연하지 않았다.

당시 ‘전문대학 설치 기준령’과 ‘학교법인의 경영재산 기준령’에 따르면 학교설립 인가 신청 때 출연재산을 다 내지 않으면 인가를 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 청강대 설립 인가 업무를 담당했던 교육부 관료들은 이 법령을 어기고 인가를 내준 것이다. 이처럼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법 규정을 어기면 명백한 불법 행위다. 우리 형법(122조)은 이를 직무유기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데도 교육부는 “불법 사실은 없었다”고 잡아떼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국감 답변에 앞서 두 대학이 인가를 받을 수 없는 대학이었음을 인정한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교육부 사학지원과(과장 최진명)는 지난 9월23일 최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대학설립계획승인(내인가)시 출연재산의 이행 시기를 승인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학설립인가 신청일 이전까지로 하고 있음. 대학설립인가 신청 때까지 내인가 허가(승인) 조건을 미이행할 경우 대학설립인가를 할 수 없음”이라고 답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앞뒤가 안맞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두 대학의 인가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고 강변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 로밖에 해석이 안된다. 교육부는 청강대에 대한 감사(2001년) 때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당시 교육부 직원을 문책하지 않았다.

교육부 답변이 어처구니없는 부분은 또 있다. 최 의원은 청강대와 경문대가 똑같은 규모로 같은 날 설립 승인을 받았는데도 출연재산 중 수익용 재산 기준(경문대 19억원, 청강대 10억원)이 다르게 적용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경문대는 전문대학 설치 기준령을 적용했고, 청강대는 (일반)대학 설치 기준령을 적용했다”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이 답변은 설득력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두 대학이 똑같이 전문대학으로 설립 신청을 했고, 당시 전문대 설립 업무는 지금과 달리 별도의 과(전문대학행정과)에서 담당했다. 전문대 설립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들이 전문대를 설립하겠다고 신청한 건에 대해 일반대학 설치 기준령을 적용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대 설립에 일반대 기준 적용했나

최 의원은 지난 11월11일 교육부에 재답변을 요구했다. 홍은광 보좌관은 “국감 답변은 실무자들이 작성하지만 최종적으로 장관이 확인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이런 답변이 버젓이 국감 답변으로 나올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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