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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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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행] 마을카페, 체화당에 놀러오세요

등록 2004-10-29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2-93번지. 이화여대 공대 담벼락을 마주 보고 선 언덕 위 ‘사방으로 열린’ 집이 있다. 체화당. 어깨동무하고 선 산벚나무들이 바람과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처럼 사이좋게 배움과 뜻을 나누자는 의미라고 한다. 자신이 살던 집 1층과 지하층을 카페와 세미나실로 내주고 체화당이라 이름붙인 이는 연세대 정치외교과 이신행 (62) 교수다.

집이 생겼다고 저절로 사람이 북적이는 건 아니다. 2년 전부터 체화당에서 영화제·디카교실·일본어학교 등 부지런히 프로그램을 꾸리고 여름·겨울방학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어린이학교·음악회를 기획하고 손님들에게 매일 차와 토스트를 내는 일은 체화당지기와 간사 14명이 맡고 있다. 이 교수의 강의 ‘문학에 나타난 정치’ ‘현대 한국 정치사의 쟁점’을 들으며 자연스레 호흡을 맞춘 학생들이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세상의 논리에 수그리며 살지 말고 스스로 나름의 세상을 만들어가라”는 가르침에 공감한 이들이다.

이 교수는 “이곳을 학생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나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나가는 보금자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체화당이 있는 봉원동·신촌동·대신동 일대엔 예전부터 토박이 신촌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연대·이대·서강대·명지대·홍익대 등 대학촌이 대거 형성돼 있어 신촌을 신촌답게 가꿔나갈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화당은 10여년 전 신촌을 근거지로 교회·절·대학 총학생회 등이 함께 지역자치를 위해 꾸렸던 ‘신촌민회’와 맥락이 닿아 있다. 영원한 청년동네, 신촌을 뿌리 없이 분주한 유흥가가 아니라 공동체의 꿈을 꾸는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신촌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체화당은 언제나 환영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와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도 부를 수 있다. 매일 오후 3~9시 문을 열며(일요일 제외) 단체 예약손님도 받는다(02-364-9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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