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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리 시함] 모로코 페미니스트의 꿈

등록 2004-09-24 00:00 수정 2020-05-03 04:23

▣ 파리= 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스칼리 시함(45)의 이름 앞에는 유달리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페미니스트, 의사, 좌익계 당원 그리고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 그는 아랍 이슬람 사회에서는 흔치 않게 다양한 정치·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열성 페미니스트다. “하는 일이 많아 놀라셨나요. 몹시 바쁜 생활이지만, 원해서 하는 일인데다 보람도 있어 즐기면서 합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여성단체 ‘모로코 진보여성연합’은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에 기대어 운영되며 의사, 변호사, 교사 등 15명의 주요 멤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모로코 사회에서는 여성의 위상 문제와 더불어 여성들의 문맹률이 아주 높다는 점이 지적된다. 남성은 문맹률이 30%이나 여성은 무려 50%를 웃돈다. 이같은 높은 문맹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선 자발적인 사회 재교육을 부추길 동기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다.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서 여성들을 설득하고 있다. 우리 교육센터에 나와서 함께 공부하자고 간청하고 있다. 일단 교육센터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언어 교육부터 시킨다. 기본적인 의식주 교육을 하고 상담도 병행한다. 우리 문화에 맞게 다과회 등도 곁들여 분위기를 돋우면서 진행되는 여성친목회 같은 모임이라 남편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시함은 그간의 성과로 올 하반기에 발표될 문맹률이 어느 정도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돈이 문제다. 창립한 지 12년이 지나 모로코 여성운동의 기수로 불리지만 요즘 자금난을 겪고 있다. 비온 뒤 죽순처럼 생겨나는 새로운 사회단체들 탓에 오래된 단체들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줄어든 탓이다. 그래서 임원들이 조금씩 호주머니 돈을 털어 운영비에 보태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나 시함은 “대의를 위해서는 (돈 문제가) 큰 장애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이슬람은 바로 그들의 정체성 자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도 반이슬람이 아니라 이슬람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강고한 신념을 지켜주는 토대는 무엇일까. “내가 받은 역동적 가정교육에다 나랑 비슷한 이상을 가진 남편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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