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낸 나폴리 대학 마우리치오 리오토 교수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마우리치오 리오토 나폴리 동양학대학 교수(46·한국어문학)가 자신의 14번째 한국학 서적 출판기념회와 자료 수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인 부인 황양숙(46)씨, 아들 알베르토(16)군과 함께 7월 초에 입국해 9월 말까지 머물 예정이다.
한국에서 14번째 한국학 서적 출판기념회
그는 9월8일 서울 한남동 이탈리아 대사 관저에서 새 책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 책은 ‘공무도하가’ ‘정읍사’ ‘서동요’ 등 고대시에서 고려·조선 시대의 한시와 시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옛시 505편을 소개하고 있다. 시 한편마다 작자 소개, 시의 의미 등을 해석해놓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로 출판되는 것인데, 외국인 학자에 의한 한국학 연구로는 매우 전문적 분야를 파고든 셈이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이탈리아인 한국학 연구자가 서너명 정도인데, 그 중에서 대학 정교수는 리오토 교수가 유일하다. 그는 시칠리아 팔레르모 대학교에서 서양고고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로마국립대학에서 동양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문교부 장학생으로 한국을 찾아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한국학을 학문 분야로 삼았다.
그가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출간한 책은 가 있고, 번역서로는 , 이문열의 소설 등이 있다. 그는 “한국의 옛시 모음이 출간되는 것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탈리아 동양학계에서 일본과 중국 연구는 많지만 한국학은 거의 불모 상태라고 한다. 서점가에도 일본·중국 관련 서적은 제법 팔리는데, 한국 관련 서적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선뜻 손에 쥐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리오토 교수는 “그만큼 유럽에서 한국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2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주최한 ‘교과서 콜로키움’에서 ‘외국 책에서의 한국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강연에서 이탈리아 교과서와 언론에 비쳐진 한국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고대 한국은 일본이 통치” “한국인의 주식은 개고기와 마늘” “1930년대 한국의 언어는 일본어”…. 그는 “백과사전을 비롯한 이탈리아의 각종 출판물이 한국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타이, 버마, 라오스, 캄보디아보다도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그의 저술활동은 우리 정부의 해외 한국학 육성기금에서 제공하는 재정 지원에 힘입은 측면도 있다. 그는 “서양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좀더 깊게 하려면 단순 번역서보다는 외국인 학자에 의한 저서쪽으로 지원의 초점을 옮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집에선 한국인 부인의 언어를 따른다
그는 한국 유학 시절에 이탈리아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학생의 언니와 사랑에 빠져 1987년에 결혼해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살고 있다. 그의 가정에선 이탈리아어가 아닌 한국어가 공식 언어로 사용된다. 고교 2년생인 아들 알베르토도 한국어를 잘한다.
리오토 교수는 “대개의 국제결혼에서 여자가 모국어와 모국 관습을 잃고 남편의 언어를 따르는 것과 우리는 정반대”라며 “내 아내는 ‘문화적 유배자’가 아니라 가정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남편이 나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다”며 “외국에 살아도 외국에 사는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옛시 모음을 작업할 때는 한국시의 ‘미묘한 느낌’을 이탈리아어로 전달하기 위해 부부간에 간혹 토론도 벌였다고 한다. 리오토 교수는 “우리 부부는 한 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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