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이라크 훔린에 사는 나감(24)은 매일 지붕 위에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섭씨 40도의 무더위를 피해 올라간 그곳에서도 달콤한 잠을 청하기 쉽지 않다. 10년째 따라다니는 신장병으로 밤새 고통에 시달리다가 기진맥진한 채 지붕에서 내려오기 일쑤다. 저항세력과 미군간의 일상적 교전으로 기자도 찾지 않는 위험의 땅에서 전쟁과 더위 그리고 병마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
이라크 평화운동가 한상진씨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상식’은 ‘답’이 될 수 없다. 오빠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신장 제공 의사를 밝혀왔지만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며 수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라크의 신장이식 수술은 대부분 실패하기 때문에 환자나 신장 기증자들이 죽는 일이 흔하다. 목숨을 담보로 일주일에 한번 바그다드에 진찰 받으러 가지만 한숨만 나올 뿐이다. 처음엔 한쪽 신장만 이상이 있었지만 치료과정 중 악화되어 지금은 양쪽 모두 기능하지 못한다. 병원은 이미 대학생들의 실습장으로 전락했고, 이라크 명의라는 칼레드 압둘라 선생을 찾아갔지만 그가 내민 약은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었다.
나감의 어머니는 딸이 언제 죽을지 몰라 나감의 신분증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한번은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아이가 의식을 잃었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죠." 의사들은 그나마 있던 약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미래가 없어요.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고 상상조차 안 돼요.” 신장이식만 하면 회복 가능한 상황인데 스스로 죽을 운명이라고 단언하는 나감의 말에는 전쟁이 낳은 상처와 모순이 담겨 있다. 이라크 의사들은 다 치료를 포기했다. 비닐봉지에 가득한 진료기록이 말해준다. 나감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의약품을 기다리고 있다. 연락처 02-720-4277, 후원계좌 우리은행 513-155893-02-101 함께가는사람들(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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