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퐁니·퐁넛’을 아시는가. 베트남 중부 쿠앙남성 디엔반현에 있는 작은 마을 이름이다. 1968년 2월12일 이곳에선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군 1개 대대가 잠깐 다녀간 뒤, 61명의 부녀자와 노인·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한 참화였다. 이는 30여년이 지난 1999년이 돼서야 의 수차례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평화시민단체 ‘나와 우리’의 공동대표이자 ‘약수치과’ 원장인 노은희(40)씨는 이곳에 위령비를 지으려 한다. 의 베트남 캠페인과 발맞추어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의 베트남 무료 진료 사업에 앞장섰던 그는 이 사업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의 전형이잖아요. 이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일을 정부가 할 수 있겠어요? NGO(비정부기구)가 해야죠.”
그의 말처럼 퐁니·퐁넛은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사에 상징성을 띤 공간이다. 이 사건은 참전 장교들 사이에 ‘한국판 밀라이 사건’(밀라이사건이란 1968년 3월16일 미군부대가 쿠앙응아이성 썬미현에서 비무장 베트남 민간인 500명을 닥치는 대로 살해한 일)으로 통했고, 문제가 불거져 당시 해당부대(청룡여단 제1대대 1중대) 장교와 하사관들이 중앙정보부 수사를 받기도 했다. 2000년 겨울에는 처음으로 미국 국립문서보관서에서 주검 사진들과 자료가 공개된 바 있다.
“주민들은 이미 위령비 설계도까지 만들었더라고요. 도와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자신들 힘으로 하려고 했대요.” 우리돈으로 약 1천만원이 드는 위령비 사업을 위해 ‘나와 우리’는 절반 정도의 금액 3700달러를 베트남쪽에 보냈다. 나머지는 시민모금으로 충당하려고 한다. 오는 6월19일 오후(13:00~18:00)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선교교육원에서 문화제 및 평화바자회(참가비 1만원)를 여는 건 그래서다. 방문자들은 문화공연과 함께 베트남 풍물과 음식을 만끽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희생당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다. 이를 위해 베트남쪽에 희생자 이름까지 일일이 받아놓았다. “금줄을 걸어놓고 61명의 이름을 쓴 한지를 매달아 꽃을 달아드리며 후원을 하는 거지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퐁니·퐁넛 마을의 현장을 직접 보고픈 이들은 7월23일부터 8월2일까지 열리는 청년봉사캠프(참가비 120만원)의 문을 두드려도 좋다. 기공식은 6월23일 현지 주민이 자체적으로 열며, 준공식은 8월 중순이다. 베트남을 다섯 차례 방문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꾸몄던 노은희 대표는 이번 사업이 가장 뜻깊다며 활짝 웃었다. (문의전화 02-747-3194, 후원계좌 국민은행 301601-04-015087 나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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