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신복례/ 자유기고가 boreshin@hanmail.net
“캘리포니아가 믿을 건 할리우드뿐이다.”

2003년 11월23일 언론들은 이렇게 비꼬았다. 이날은 바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취임한 날이었다. 그런데 2004년 5월23일 언론들은 “터미네이터, 캘리포니아를 구하다”는 특집기사를 싣느라 바빴다. 취임 6개월째인 이날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주민 여론조사에서 69%의 높은 지지율을 과시했다. 재선을 노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나 정권 탈환을 꿈꾸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꿈도 못 꿀 인기다. 심지어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슈워제네거의 지도력은 루스벨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극찬할 정도다.
라이벌 민주당원들조차 50%가 넘는 지지를 보내는 슈워제네거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놀라운 정치력이 꼽힌다. 그는 주의 최대 현안인 400억달러(약 45조원)가 넘는 엄청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50억달러에 이르는 주 공채발행안과 재정지출 삭감 정책을 내놓았다. 그는 당적을 가리지 않고 주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토론을 벌였고, 그 결과 공채발행안은 무려 67%의 지지를 얻어 주민투표에서 통과됐다. 는 투표 다음날 ‘기적의 터미네이터’란 제목을 달았다. 슈워제네거는 최근 ‘잭포트’를 하나 더 터뜨렸다. 새로운 세금 2억5천만달러를 만들어낸 것이다. 캘리포니아 카지노 산업을 독점하는 인디언 종족과 두달간의 협상 끝에 추가 세금징수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과거 각종 선거의 돈줄로 특권을 누려오던 인디언 종족들과 직접 협상을 벌여 개가를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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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당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재선에 목을 맨 부시와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공화당 전당대회 명예의장이다.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방문한 부시가 다섯 차례나 행사를 열었어도 딱 한번 만찬에만 참석하곤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의 정서를 의식한 행보였다. 그러면서도 지난 3월 거리 총격전에서 숨진 경찰관의 장례식엔 무려 8시간 동안이나 참석해 유권자들을 감동시켰다. 이제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서 ‘슈워제네거를 대통령으로’라는 주장을 듣는 것도 낯설지 않다. 귀화 시민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는 미국 헌법상 현실성은 낮지만 적어도 캘리포니아에서 슈워제네거는 ‘루스벨트’급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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