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최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연등 행렬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면 한번쯤 ‘언제 우리 등이 이렇게 화려해졌지?’라는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몇년 전만 해도 전구를 비닐로 두른 조잡한 등이나 중국에서 들여온 용 모양 등이 차지했던 자리에 한지로 만든 비천상이나 달마상, 호랑이 등이 화려하게 장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전통등은 나이를 지긋이 드신 노인들의 솜씨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전영일(34)씨 등 30대의 미대 출신 작가 10여명의 땀으로 빚어낸 것이다. 어쩌면 사라질 뻔한 전통을 복원하고 현대의 숨결을 불어넣게 된 사연이 재미있다. ‘전영일 공방’(www.e-lantern.com) ‘대장’ 전씨의 말이다.
“1997년 당시 조계종 문화부장이었던 지현 스님(현재 안동 청량사 주지) 주도로 한국 전통등을 복원해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뜻있는 젊은 작가들이 합류했죠. 1950년대까지만 해도 마늘등·호박등같이 전통의 맥이 이어져왔는데 맥이 끊어질 위기였거든요. 저는 조각을 전공했고 조계종의 본격적인 지원이 끊길 무렵인 1999년께 합류했는데, 이 작업이 중단하기에는 너무 재미있고 값지다고 여겨 이어가기로 했던 거죠.”
전씨는 한지를 이용한 전통등의 조형감과 색감에 깊이 빠져들었다. 전통예술, 민중예술에 관심은 많았지만 실제 작업은 ‘초보’였던 그에게 전통등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초기에는 북 모양의 등처럼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 주였다. 요새는 높이 4m, 길이 6m로 면이 2천개에 달하는 비천상이나 다보탑 모양의 등도 새롭게 선보였다.
전씨와 공동작업을 하는 10명의 ‘쟁이’들은 7번째 전시회를 마치자마자 다시 손길이 바빠졌다. 내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한지문화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 전통등을 세계에 알리는 첫 행사예요. 당연히 공을 들여야죠. 지금은 상설전시장도 없는 형편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전통등을 이용해 만드는 게 우리들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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