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대주주의 기세에 눌려 분노를 삼켜야 했던 소액주주들의 ‘비통한 추억’은 이제 그만. 대주주 입김에 휘둘리던 사외이사에 대한 ‘안 좋은 추억’도 잊어주시라.
최근 현대증권 이사회는 소액주주가 추천한 하승수(36)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출했다. 상장기업 가운데 노조와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서 받아들인 것은 처음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여태까지는 대주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이 참여해, 사실상 대주주의 ‘관리’를 받아왔다.
“현대증권 노조에서 사외이사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해왔습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서 회사를 투명하게 하는 게 취지라더군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활동에 초기부터 참여하고, 변호사로서 분식회계와 기업지배구조 관련 사안을 맡기도 했던 하 변호사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5월28일 정기 주주총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나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되고 나니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많이 느껴지는군요.” 하 변호사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는 유명무실하고 감사는 형식적이었다”며 “대주주의 독단과 전횡, 부당한 경영 개입 등을 차단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면서 지난 2월 전북 부안 핵폐기장 건립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을 맡는 등 시민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한 하 변호사는, 평소 관심을 두던 지역 시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이달 말 참여연대를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