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박훈배(43)씨는 요즘 직장인들에게 필수라는 ‘투잡’ 종사자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돈을 벌지만, 다른 한쪽에는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의 본업은 세관 공무원이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서 마약단속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한달에 이틀, 정확히 2주에 하루씩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인천공항이 아닌 서울 종묘에 그가 출몰한다. 두 번째 직업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그는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종묘 안내원, 이른바 ‘종묘 지킴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 관광객, 올망졸망한 어린 학생들을 종묘 구석구석으로 이끌며 1시간20분씩 하루 두세 차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건축학적 아름다움과 종묘제례의 정신적 의미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어느 날 서울 토박이인 내가 공항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에게 곳곳에 자리잡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아무것도 소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한옥과 궁궐 등 우리 건축 기법에 개인적 관심도 충족할 겸 휴가를 내 이틀 동안 우리 궁궐에 관한 문화강좌를 들었습니다.” 2001년 초, 세관원에서 종묘 지킴이로의 변신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내친김에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등에서 궁궐을 찾는 나라 안팎의 관광객들을 상대로 안내 활동을 벌일 자원봉사자를 육성하는 시민단체인 ‘우리궁궐지킴이’(문의: 011-213-9079)에 문을 두드렸다. 3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정식 궁궐 안내원 자격을 얻은 그는 그해 3월부터 격주 휴무인 토요일이면 종묘로 나선다. 벌써 70여회 이상,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상급의 궁궐 안내자다. “우리는 은연중에 건축은 서양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죽은 자의 공간’으로만 인식돼온 종묘에 들어서면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면면히 흐르는 충효사상 등 정신적 뿌리까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가족들의 원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금 같은 연휴 때마다 어김없이 종묘로 찾아와 고된 일을 자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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