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지난 1995년 4월 운동권 출신 100여명을 특별 채용했다. 그들 가운데는 운동을 하다 ‘별’을 많이 달아, 대우가 뽑지 않았으면 취직이 거의 불가능했을 이들도 40명가량 포함돼 있었다. 김대호(41·사진)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아보겠다고 약간 과격하게 몸을 놀리다’ 두 차례 징역을 살았다. 대학을 떠나서는 노동상담, 교육, 정책연구를 하기도 했다. 기존 운동의 좁은 지평과 저변을 고민하던 그는 젊음을 ‘올인’하는 기분으로 대우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우의 몰락으로 그의 올인은 지금 실패로 끝났다. 그는 새 일자리를 찾는 대신, 왜 회사가 그리 되었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하며 살았다. 입사 9년 만인 지난 3월 결국 그도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간의 경험과 사유를 아울러 최근 한권의 책을 내놓았다.
이란 제목의 책은 이른바 ‘386세대’의 전형적인 사고를 간직한 사람에게는 황당한 책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의 글은 ‘세상이 변하면서 이제는 낡아버린 진보’에 대한 문제제기다. 그는 “이 나라가 꼴보수와 꼴진보의 적대적 의존관계로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수의 천민성을 비판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진보의 핵심 슬로건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제발 시대착오적인 소리 좀 그만하라고 말한다. 한국에 신자유주의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왜 유령과 싸우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2001년 라는 책을 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요지는 시대착오적인 기업 이념이 진보 사상과 합작해 대우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향’이란 소릴 듣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사상·이념은 기본적으로 지식인데, 한국에서는 왜 신념의 대상으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요즘 ‘현실에 밀착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굶어야 하는’ 컨설팅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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