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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류는 탄핵받아 마땅한가

등록 2004-04-09 00:00 수정 2020-05-03 04:23

몰디브전 0-0 치욕에 감독 자질 공방… 이대로 가면 다음 월드컵 사령탑 맡긴 힘들듯

김경무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km100@hani.co.kr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2위인 몰디브와의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이 과연 코엘류 감독에 대한 탄핵 사유가 되는가, 안 되는가?

국내 축구계에서도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놓고 ‘탄핵’ 논쟁이 한창이다.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월31일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7조 몰디브와의 원정 3차전에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골을 넣지 못해 0-0으로 비기고 말았다.

‘오만 쇼크’ 이은 또 다른 충격

한국팀이 비기자, 당장 코엘류 감독을 잘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난해 10월 ‘오만 쇼크’ 이후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반면, 코엘류호가 1승1무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약체와의 원정경기에서 비겼다고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찌 보면 코엘류 감독은, 선거법 위반과 측근비리, 경제파탄 등을 이유로 야 3당에 의해 탄핵당한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이번 무승부가 감독직을 당장 내놔야 할 만한 탄핵 사유가 되느냐는 게 논점의 핵심인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 판가름날 것이지만, 코엘류 감독에 대한 경질 여부는 전적으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결정에 달렸다.

지난해 10월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오만(1-3패)과 베트남(0-1패)에 잇따라 패배를 당한 코엘류 감독에 대해, 일부 언론과 축구팬들의 거센 경질 요구를 피해 코엘류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던 기술위원회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축구강국 브라질에서도 최근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은 지난 1일 파라과이의 아순시온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남미예선 풀리그 5차전에서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 호나우디뉴(FC바르셀로나), 카푸(AC밀란), 호베르투 카를루스(레알 마드리드), 질베루트 실바(아스날) 등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의 주역들을 총출동시키고도 파라과이와 0-0으로 비겼다.

이날 브라질이 무기력한 플레이로 비겨 중간전적 2승3무로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3승2무), 파라과이(3승1무1패)에 이어 3위에 머물자, 브라질 언론들은 선수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현지신문인 는 이날 경기 초반 발생했던 스타디움 정전 사태에 빗대어 “라이트가 나가면서 우리 스타들의 빛도 같이 꺼져버렸다”고 비꼬았다. 축구평론가 주카 크푸리는 “빛도 골도 없는 경기였으며, 브라질의 정신 상태는 암흑과도 같다”며 “정녕 호나우두가 그라운드에 있었던 게 사실이냐”고 비난했다. 스포츠신문 는 “브라질 선수들의 집중력과 훈련이 부족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특히나 모자랐던 것은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리더십 없다” vs “일희일비 말자”

코엘류 감독 탄핵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된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비해, 코엘류 감독은 강력한 리더십 등 지난 1년간 보여준 게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열성 축구팬들은 “결단이 필요한 때”라며 한국 축구의 장래를 위해 당장 코엘류 감독의 보따리를 싸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4강 이후 2년간 허송세월을 보내며 포스트 히딩크로 맞은 코엘류 감독의 능력 부재로 발전은커녕 퇴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엘류를 탄핵해야 할 이유를 몇 가지 관련해서 적는다면 감독 교체의 당연성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우선, 코엘류는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를 더 강하게 해야 할 적임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간낭비만 했다. 선수 장악에 문제도 있어 보이며, 그가 보여주려는 한국 축구의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한 축구팬이 축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하지만 매번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차분히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경기 비겼다고 난리를 치는 것은 지나치다. 지금의 경기는 2006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축구전문가들도 경질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다. 좀더 두고 보자는 의견이 지배적다. 허정무 용인FC 감독도 “축구에서는 강팀이라도 약팀에 당할 수 있다”며 “다만 그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몰디브와 비긴 날, 일부 언론들은 ‘한국 축구 치욕사’까지 줄줄이 열거하며 마치 국치일을 당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27위)은 약체 싱가포르(108위)에 비길 뻔하다가 간신히 2-1로 이겼고, 사우디아라비아(27위)와 중국(76위)도 각각 후반 힘겨운 1골로 스리랑카(137위)와 홍콩(139위)에 1-0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어쨌든 코엘류 감독은 이번 몰디브전을 계기로 다시 한번 바늘방석에 앉는 처지가 됐다. 지난 2일 귀국한 코엘류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뭐라고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변명도 늘어놨다. “최근 약체팀의 실력이 상당히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축구는 예상할 수 없는 경기다. 한국에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시아 약체팀들은 한국과 같은 강팀을 잡겠다는 응집력이 대단하다.”

코엘류 감독은 감독 교체론에 대해서는 “지도자로서 책임을 느끼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계약기간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코엘류 감독의 임기는 오는 7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때까지다. 코엘류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바통을 이어 지난해 2월 부임한 이후 9승3무6패의 성적표를 냈다. 썩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도저히 질 수 없을 것 같은 팀에 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월드컵 4강 주역들을 고스란히 보유하고도 코엘류 감독이 이렇다 할 화끈한 승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몰디브전에서도 오른쪽 공격수인 정경호(울산)와 중앙수비수인 조병국(수원)을 빼고는 선발 출장한 선수들이 모두 한-일 월드컵 때 주전들이었다.

공식 임기는 7월 아시안컵까지

물론 코엘류 감독에게는 히딩크 감독과 달리 선수들을 조련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변명거리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부임 뒤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자신의 축구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국 축구에 새로운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주기 못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술도 자신이 추구하던 4-4-2에서 히딩크 감독이 사용하던 3-4-3 또는 3-4-1-2, 3-4-2-1로 돌아갔고, 과감하게 선수들의 세대교체도 이뤄내지 못했다. 코엘류 감독 자신은 2006 독일월드컵 본선 때까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있기를 내심 바라고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지도력이나 용병술을 앞으로도 반복한다면 그의 희망대로 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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