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25차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 환경위원회에서 러시아 대표와 독일 대표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남극대륙의 깊은 빙하바닥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가운데 하나인 보스토크 호수의 탐사에 대해 독일 대표가 외부로부터의 오염 가능성을 제기하며 탐사 중단을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 대표는 오염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초로 빙하 밑 호수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실제 그 위치에 기지를 세우고 오랫동안 탐사를 진행해온 러시아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른 나라 대표들이 독일의 지적에 동조하자 남극에서의 활동이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는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는 러시아 대표는 논쟁 과정에서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보스토크 호수 문제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96년 과학전문지 에 남극의 동부지역 빙하 밑에 호수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어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에 정식으로 호수 존재의 가능성이 보고됐다. 2000년 10월, 영국의
과학자들은 이 호수의 발견과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과연 이 호수에 생명체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빙하 수천m 아래라면 빛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극도로 낮은 온도다. 이런 환경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 호수는 빙하가 지열로 아래로부터 녹아내린 것이 아니라 1500만년 이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나기 전부터 있던 호수 위에 빙하기 동안 얼음이 뒤덮여 형성된 것이라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 낮은 온도와 높은 기압의 조건에서 광합성에 의하지 않고도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흑해 바닷속 깊은 석회암 동굴에서 확인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십만년 이상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조건에서 생명체가 있다면 이는 곧 지구상에 생물이 어떻게 출현하게 됐는지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연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생명의 기원을 간직한 미지의 생태계 보스토크 호수는 천체연구의 열쇠도 쥐고 있다. 얼음으로 뒤덮인 목성의 한 위성인 유로파 등 지구 이외의 다른 천체들에 생명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에 대한 답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호수를 어떻게 오염시키지 않고 탐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10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빙하를 뚫어 얼음 속에 갇힌 50만년 동안의 지구기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따라서 처음 보스토크 호수를 발견했을 때 과학자들은 빙하를 뚫고 이 호수에 접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얼음을 뚫는 작업과정에서 호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50t가량의 등유를 사용해야 하고, 파낸 구멍이 계속 대기에 노출돼 있어 오염물질이 유입되며, 기름 묻은 드릴이 마지막 얼음을 뚫고 처음으로 이 순수한 호수에 닿을 때 불가피하게 접촉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얼음 굴착작업은 호수 위 바로 전까지 진행됐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등유의 오염보다 위험한 다른 형태의 오염 가능성은 지상으로부터의 박테리아 유입 가능성이다. 과학자들은 호수에 생명체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빙하 4km 아래로 집어넣을 첨단로봇 미생물 고안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첨단기술이 환경오염의 벽을 넘어 생명의 기원을 밝혀낼 수 있을까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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