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갈색의 빈대는 두 쌍의 날개를 가진 보통 곤충과 달리 날개가 없다. 몸통은 상하로 납작한 형태다. 성충(어른벌레)의 크기는 1㎝가 채 되지 않는다.(6.4~9.5㎜) 특이한 점은 피를 먹기 전에는 약간의 타원형이고 밝은 갈색을 띠나, 피를 먹은 뒤에는 몸이 길게 확장되고 완전히 다른 곤충처럼 보일 수 있다. 암컷 빈대는 하루에 1~5개, 평생 2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산란 뒤 7~10일 지나 부화하고 다섯 번 껍질을 벗고(탈피) 나서 성충이 된다. 빈대는 알에서 깨어난 미성숙 단계부터 성충에 이르기까지 모두 피를 빨아 먹는다.
빈대처럼 날개가 없으면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벼룩과 진드기가 있다. 빈대와 벼룩은 곤충이어서 다리가 세 쌍이고 진드기는 거미와 같이 다리가 네 쌍으로 형태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빈대는 모양이 둥글고 상하로 납작하나 벼룩은 길쭉하며 좌우가 납작하다.
해충으로 분류되는 빈대는 질병을 매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잦은 흡혈로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고 짜증을 유발하고 물린 자국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감정적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 미칠 듯이 가려워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영양실조 아동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흡혈은 빈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은 보고한다.
빈대의 주 활동시간은 밤이다. 낮에는 몸을 숨긴다. 몸통이 납작하기 때문에 금속·목재·섬유 등의 틈새와 구멍에 몸을 끼워 넣고 생활한다. 특히 따뜻한 온도와 이산화탄소에 반응한다. 흡혈은 수일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하며 흡혈을 한 뒤 숙주에 머무르지 않고 은신처로 이동한다. 다만 머무른 장소에 분변(똥) 반점을 남기며 특유의 냄새를 낸다. 이 반점이나 냄새를 따라가면 빈대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어 빈대가 보이지 않는 낮에도 집중적인 방제가 가능하다.
성충 빈대의 수명은 보통 실내기온(18~20도)에서 9~18개월이다. 온도가 더 높아지면 생존 기간이 짧아지는데 27도에서 15주간, 34도에서는 10주간 생존한다. 빈대는 온도에 따라 발육기간에 차이를 보인다. 15도까지는 온도가 낮을수록 부화기간과 발육기간이 길어지고 배고픔을 참는 능력도 길어진다. 이런 능력은 빈대가 먼 거리까지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빈대는 날개가 없어 단시간에 확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런 빈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심지어 먼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것은 납작한 형태와 숨는 습성 그리고 배고픔을 오랫동안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빈대는 가구, 침구, 수하물, 여행용 가방, 상자, 옷 등 다양한 물건에 붙어서 이동한다. 빈대가 기승을 부리는 장소(호텔·주택·운송수단 등)에서 잘 때, 빈대에 오염된 곳에 누군가 방문할 때, 가구를 빌리거나 중고 가구를 구입할 때, 도로변·쓰레기장·폐품처리장 등에 버려진 침구나 가구를 주워 집에 들여올 때 빈대가 옮겨질 수 있다.
역사 속에도 빈대는 자주 등장한다. 문화곤충연구소 박해철 박사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우리나라 역사 속에 빈대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고려 숙종 때인 1103년 빈대의 옛 이름인 ‘갈보’(蝎鋪)의 기록이 등장한다. 조선 명종 때 이문건의 <묵재일기>에 1555년과 1556년 빈대 대발생 기록이 있었으며, 조선 숙종 때 <역어유해>, 조선 영조 35년(1759) <승정원일기>, 1887년 김윤식의 <속음청사>에 빈대에 대한 기록이 있다. 특히 황현의 <매천야록>에 고종 32년(1895년) 9월 서울에 빈대가 크게 번식해 빈대가 비 오듯 쏟아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빈대가 엄청나게 창궐했다는 의미다.
빈대 발생은 해방 이전에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문에 빈대를 죽이는 약에 대한 광고문구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까지도 몇몇 학자는 우리나라에 빈대(Cinex lectularius)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여기는 반면, 89년 전인 1934년 나가하나 마사오의 ‘조선산 남경충에 관하여’란 논문(조선박물학회잡지 제17호)을 보면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 빈대가 만연했으며 조사된 빈대도 빈대와 반날개빈대(C. hemipterus) 두 종이 고르게 나타났다는 논문자료가 있다는 점이다. 2023년 필자가 공동연구로 참여한 논문에서도 반날개빈대의 서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빈대 발생 상황은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계속 감소했고, 1970년대 초에 거의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많은 사람이 빈대 박멸은 연탄 사용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 당시 살충제(특히 DDT)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급격하게 감소했고, 그 후 건축문화의 변화, 주거 내부환경 개선으로 빈대의 은신처가 없어져 완전히 근절된 것으로 보인다.
빈대는 날개가 없고 폐쇄 공간을 좋아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곤충이다. 따라서 지금의 빈대 발생 수준은 적어도 수년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전 실제로 빈대가 많이 발생함을 필자가 체감한 것은 2021년부터 한국방역협회 기술연구소에 근무하면서다. 최근 이슈화되는 점에서 빈대의 서식 밀도는 갑자기 높아졌다. 왜 최근에 빈대가 늘어났을까?
첫째, 국제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해외여행과 물적·인적 자원 유입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남부는 오래전부터 빈대의 서식 밀도가 높았고,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도 빈대가 증가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외 유럽, 동남아, 남미 등의 여러 나라는 빈대의 역사가 오래됐다. 빈대는 충분히 방역되지 않은 여행객 숙소와 집단 기숙시설에 정착했을 테고 점차 외국인이 많이 간다는 찜질방 등을 거쳐 가정으로 유입됐을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이 겨울에도 충분한 난방이 되어 빈대가 서식하기에 좋게 됐다. 또한 침대문화 발달도 빈대 서식을 돕는 요인이 됐다. 빈대의 영어 단어가 베드버그(bedbug)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침대는 매트리스, 용수철, 나무 틈 등 빈대가 은신할 곳이 많다.
셋째, 기후변화로 인한 전반적 기온 상승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판단된다. 기후변화에 반응해 일어나는 곤충의 서식 형태 변화는 우리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다양한 곤충이 유입돼 돌발적으로 또는 정착해 확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다행히 빈대와의 전쟁 역사가 오래됐고, 완전하지 않지만 빈대 발생 역사가 오래된 나라에서 지금까지 개발되고 발전된 적절한 조치를 적용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개인이 빈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책이다. 즉, 빈대가 우리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다. 빈대는 오염된 여행지를 다녀오거나 오염지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통해 들어올 수 있다. 여행 특히 외국여행 뒤에는 여행에서 사용한 가방과 옷가지를 비닐봉지에 넣어 60℃(가정용 건조기 온도)에서 2시간을 처리하거나 냉동실에 충분한 시간(–20℃에서 3일 이상)을 두면 방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중고물품을 구입한 뒤에는 빈대가 숨을 만한 구멍과 틈을 메우거나 진공청소기로 말끔하게 청소해 집 안으로 들인다. 집 안 청소를 자주 하고 물품 정리정돈을 잘하면 빈대가 서식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자기 집에 빈대의 서식이 확인되면 전문기관에 빈대 방제를 의뢰하기를 권장한다.
최근 질병이나 해충의 재유행 양상은 반복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에 박멸된 말라리아의 재유행도 그렇다. 빈대뿐만 아니라 모기, 진드기 등 매개체로 인한 위험한 질병인 일본뇌염, 말라리아, 쓰쓰가무시증 및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와 환경변화로 인해 매개 질병이 증가하거나, 뎅기열을 비롯한 다양한 매개 질병이 국외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감염병 위험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요 위생해충과 감염병 매개체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감시체계를 강화·유지하고 구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이현 한국방역협회 기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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