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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이 울리는 생태계 적신호

등록 2004-08-26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한반도 지표종을 멸종시키는 고속철 · 원전건설 사업의 즉흥성, 언제까지 참을 것인가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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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환경을 상징하는 도롱뇽은 한반도 · 동북아 생태계 지표종이지만 환경부 목록엔 없다. 국책 사업을 빌미로 세계 유일 서식지를 없애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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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도롱뇽이 국책사업을 뒤흔들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대구~부산간 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산업자원부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이 각각 ‘꼬리치레도롱뇽’과 ‘고리도롱뇽’에게 발목이 잡혀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대구~부산간 고속철도가 관통할 예정인 천성산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천성산은 꼬리치레도롱뇽의 국제적 남방한계선이다. 이 종은 북방한계선인 러시아 아무르강에서부터 연해주와 백두산, 개마고원, 금강산, 비무장지대를 거쳐 태백산으로 이어져 낙동강 수계의 천성산까지 분포한다. 우리나라는 환경지리적 측면에서 대륙과 일본, 태평양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생태구분을 했을 때 꼬리치레도롱뇽의 대륙 남방한계선인 천성산은 생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강원대 박대식 교수는 “꼬리치레도롱뇽은 극히 민감한 환경조건에만 서식하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자연 생태계를 상징하는 지표종이다. 한여름에도 수온이 13도 전후의 매우 차고 맑은 초1급수에서만 서식하는데, 서식지 주변의 숲은 가장 안정되고 수려한 산림지역”이라고 이 종의 생태적 가치를 설명했다.

초1급수 서식종… 단식농성 · 법적 대응

꼬리치레도롱뇽이 이처럼 중요한 가치가 있기에 지율 스님은 청와대 앞에서 50일 넘게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율 스님은 고속철도의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율 스님의 단식에 감명받은 시민단체들은 ‘도롱뇽소송시민행동’을 결성해 고속철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원전 추가 건설사업을 막고 있는 고리도롱뇽은 신고리원전 1, 2호기 건설 예정지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효암리 일대에서 살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세계적으로 이 지역에서만 고리도롱뇽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 양서영 교수는 “이 종은 처음 발견됐을 때 돌연변이로 의심받았는데, 지난 95년부터 서식지 주변에 비슷한 종이 출현했고, 또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도롱뇽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 고리도롱뇽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돌연변이나 간혹 있는 종내의 변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양 교수팀의 김종범 박사가 일본 교토대학의 양서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일본의 유력한 학술지에 고리도롱뇽에 관한 논문을 게재한 것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하나의 종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사실들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가 원전 추가 건설과 맞물리면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등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기관들은 갑자기 나타난 고리도롱뇽 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이미 지난 1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도 마쳤고, 공식적인 사업 착공이 이번 8월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손가락만 한 도롱뇽 때문에 사업이 어떻게 될지 가늠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산자부의 황당함에는 아랑곳없이 고리도롱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8월18일 울산시 대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의 조승수, 한나라당의 김기현 등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지역주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 등 100여명이 모여 고리도롱뇽의 보전과 추가 원전의 방향에 관한 토론회를 벌였다. 국회의원들까지 참여해 도롱뇽을 중심에 놓고 토론을 벌인 것이다. 환경부도 주요 시민단체들의 요청으로 장관과 환경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곧 개최할 계획이다.

한수원 등 원전 추진 기관들은 “경제도 어려운데 그깟 고리도롱뇽이 대수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 현재까지 고리도롱뇽은 울산 효암리 지역에서만 발견됐기 때문에, 만약 원전 건설로 이곳을 훼손해 고리도롱뇽이 멸종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환경 파괴 국가로 낙인찍히게 된다. 지구촌의 환경 이슈 중 핵심은 생명 다양성과 생명공학, 핵발전소 문제 등인데, 고리도롱뇽은 이 중 두 가지(생명 다양성과 핵발전소)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돼 있다.

환경부 무성의로 멸종위기 목록에 없어

한반도에는 현재 도롱뇽이 모두 5종 분포하고 있다. 천성산 문제로 유명해진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해 고리도롱뇽, 도롱뇽, 제주도롱뇽 등 4종이 서식하며 북한에는 네발가락도롱뇽이 추가된다. 이 중 일반적으로 알려진 ‘도롱뇽’은 우리나라 모든 도롱뇽의 대명사이자 고유명사로 서식 분포도 넓고 환경 조건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종들은 모두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최근 환경부는 새로 발효될 예정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을 입법 예고했는데, 여기서 꼬리치레도롱뇽과 고리도롱뇽을 빼버렸다.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을 검토하면서 양서류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몇몇 공무원들이 즉흥적으로 종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 환경단체들이 환경부에 멸종위기종 목록 작성을 위한 자료를 요청해 살펴본 결과 확인됐다. 자문회의에서 양서류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이번 ‘도롱뇽 사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관한 국민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에 발생했다.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크게 바뀐 것이다. 정부는 환경단체 등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연 생태계를 관리하면서 더 이상 일부 포유동물에 국한하지 말고 양서류와 파충류 등 생태계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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