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 먹겠다 정치’가 먹힐까… 대통령으로서 좋은 의사소통 방식은 아닐 듯
노무현 대통령이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의 집단행동이 격화하자 “대통령직을 못 해먹겠다는 위기감을 느낀다”(5월21일, 5·18단체 대표들과 만나)고 한 말을 두고 분분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행동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고 서운하리라는 심정이야 모를 바 없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을 못 하겠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쓸 까닭이 무어냐는 의문 때문이다.
1989년 돌연한 국회의원직 사퇴

하지만 그의 정치이력을 뜯어보면 그의 ‘못 해먹겠다’ 발언에는 자못 유구한 내력이 깃들어 있다. 첫째로 그는 초선의원이던 1989년 봄 돌연한 국회의원직 사퇴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라는 자전적 에세이에 따르면 그는 노태우 정권의 국회 경시 풍조에 분노하던 중, 경찰에 강제 해산당한 상계동 철거민들의 초라한 몰골을 출근길에 목격하고 “무력감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잠적했다.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5공 청문회 스타로 기개를 보였던 그를 동정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치기 어린 행동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동시에 쏟아졌다. 잠적 열흘째 그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부인 권양숙씨의 공격을 받고 한 방에 무너졌다. “당당히 버텨야지 왜 사표를 내요?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들의 속을 이렇게 썩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사표를 냈으면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당당하게 안 하겠다고 말할 일이지 비겁하게 도망은 왜 다녀요.” 그는 사퇴를 철회한 뒤 집으로 몰려든 기자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변명할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로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2001년 하반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몇달 앞으로 닥쳤는데 ‘이인제 대세론’에 눌려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캄캄할 때였다. 이 무렵 그는 주변에 “4월 경선에서 떨어지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다녀 참모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참모들로서는 설령 이번에 안 되더라도 다음 5년 뒤를 또 바라보는 맛이 있어야 붙어 있을 터인데,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하니 보통 맥 풀리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선 투표일 전날,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지지를 철회할 때도 비슷했다. 참모들이 “우선 되고 봐야 한다. 무조건 정 대표에게 무릎 꿇고 사정하라”는 조언에, 그는 “그런 식으로 당선돼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실패한 대선후보가 되고 말겠다”고 맞섰다.
국가지도자로서의 믿음 훼손
이런 내력들로 볼 때 그의 ‘못 해먹겠다 정치’에는 나름의 코드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자기 나름의 명분상 굽히기는 싫고, 그렇다고 자기 힘으로 헤쳐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대체로 “못 해먹겠다”를 선택했다. 능력이 안 되는데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표정을 관리하거나, 혹은 당장은 더러워도 뒷감당을 생각해 꾹꾹 참으며 뭉개는 한국인의 일반적 행동유형과 달리, 그는 ‘해먹을 수 있으면 해먹고, 못 해먹겠으면 안 해먹는 쪽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해온 셈이다.
어쨌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인지는 몰라도 그가 “못 해먹겠다”를 외친 직후 공무원노조의 파업계획은 찬반투표가 부결됨으로써 제동이 걸렸다. 이른바 ‘이반했던 지지층’(노무현 정부와 지지층을 이간질하려는 보수세력의 의도가 담긴 듯한 표현이라 좋아하진 않지만) 가운데서 그의 ‘못 해먹겠다’를 보고 “어, 우리가 너무 나갔나?”라는 자성이 일었다고 볼 법도 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의 ‘못 해먹겠다 정치’가 썩 좋은 정치적 의사소통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까지 된 마당에 ‘못 해먹겠다’를 남발할 경우, 국가 지도자로서의 믿음이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 정치부 박창식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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