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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꼬, 피봤다…

등록 2002-12-11 00:00 수정 2020-05-02 04:23

436호 특집, 그 뒤

436호 특집 ‘똥꼬 살려! 항문의 아우성’ 기사는 개인적인 아픔에서 비롯했다. 3~4년 전부터 양껏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항문이 피를 흘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올해에는 도저히 용변을 보기 힘들 정도로 ‘찢어지는’ 아픔을 맛봤기 때문이다. 덕분에 ‘먹는 것만큼이나 싸는 것도 중요하다’는 자각에 이르게 됐고, 그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회팀 기획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놨더니, ‘기자가 뛰어든 세상’ 코너하고 맞물리면 어떠냐는 잔인한 제안이 나왔다. 보통사람들은 창피해서 친구에게도 숨기는 질병을 지면을 통해, 그것도 얼굴사진까지 실리는 지면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다니! 마침 같은 팀의 권혁철 기자가 ‘치질 경력 10년차’로서 ‘커밍아웃’의 수모를 대신 겪어줬다. 사진에 잡힌,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권 기자의 오묘한 표정은 단연 압권이었다. 회사에서 그는 스타가 됐으며 지금도 “똥꼬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받고 지낸다.

권 기자와 함께 병원에 간 나도 내친김에 수술을 해버렸다. 수술은 별게 아니었지만, 변을 볼 때가 문제였다. 일주일 동안은 정말 화장실 벽을 부여잡고 울부짖어야 했다. 진통제를 달고 있었지만 고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좌욕을 하면서 물 속에서 변을 봐야 한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수술 닷새째 되는 날에는 과다출혈 증세로 긴급후송, 2박3일 동안 재입원까지 해야 했다. 100명에 1명꼴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피를 한꺼번에 쏟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수술 열흘째가 되던 날부터 변볼 때의 고통이 사라지더니, 수술 3주째가 지난 지금은 거의 완쾌된 상태다. 독자들로부터 재미있고 유익한 기사였다는 격려를 받았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몸바쳐’ 일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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