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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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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지도의 명암

등록 2002-07-03 00:00 수정 2020-05-02 04:22

414호 표지이야기, 그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그만큼 통계는 현실을 왜곡하기 쉽다는 우스갯소리다. 414호 특집기사 ‘‘사’자 붙어야 고소득의 사다리’도 전형적인 통계기사다. 중앙고용정보원이 가구원 6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직업과 소득을 조사해 발표한 이른바 ‘직업지도’를 분석한 것이다. 혹시 이 기사도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었을까?

“여기자의 평균연령은 만 25.9살, 월평균소득은 133만원.” 통계자료에서 기자와 관련된 것을 뽑아 읽어주자 한 동료는 “아니, 그럼 나는 벌써 퇴물이란 말이지!” 하고 농담을 던졌다. 사람들이 통계를 의심하는 것은 통계가 ‘평균값’일 때 특히 두드러진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두 사람의 월소득이 한 사람은 1천만원이고, 다른 한 사람은 200만원이라면 평균은 600만원이다. 두 사람 모두 그 통계를 ‘비현실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직업지도’를 상세히 다룬 것은 이런 통계가 국내에서는 처음 나온 것이고, 표본 수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기사에서 ‘정보’를 앞세우고 가치판단을 자제했지만, 통계조사의 내용은 사실 실망스러웠다. 고소득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른바 ‘가방끈이 긴 사람’이라는 점은 가수 서태지가 던진 ‘혁명’(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을 무색하게 했다. 변호사의 소득이 여전히 여러 직업 중 최고라는 사실은 ‘사법시험 열풍’에 대한 비판을 공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자 직업의 진입장벽이 점차 무너져가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몇몇 직업에 돈·권력·명예가 모두 집중된 현실까지 바뀌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독자들이 보내온 이메일은 대부분 “(연세대 취업담당관 김농주씨가 말한) 지식융합이 필요한 직업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농주씨는 의료기기 개발 전문가를 예로 들었다. 의학지식뿐 아니라 기계공학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어떤 지식과 어떤 지식의 융합이 사회적 수요를 먼저 창출해낼지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융합을 생각하기에 앞서 한 분야라도 먼저 전문지식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남구 기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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