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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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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버스·따릉이, 사소한 일상이 궁금해

류이근·정은주 전 <한겨레21> 편집장이 말하는 ‘이런 표지이야기를 원한다’
등록 2022-06-12 12:50 수정 2022-06-13 02:14
왼쪽부터 이정규 기자, 정은주 <한겨레> 콘텐츠총괄, 류이근 <한겨레> 편집국장. 박승화 기자

왼쪽부터 이정규 기자, 정은주 <한겨레> 콘텐츠총괄, 류이근 <한겨레> 편집국장. 박승화 기자

<한겨레21> 표지이야기 공모제의 접수 마감은 2022년 7월1일 오후 5시다. 쓰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공모제에 낼 표지이야기 원고를 준비하다 방황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말들을 준비했다.

가장 최근에 <한겨레21> 편집장을 맡았던 이들에게 묻기로 했다. 2018년 5월~2020년 4월 편집장이었던 류이근 <한겨레> 편집국장, 2020년 4월~2021년 9월 편집장이었던 정은주 <한겨레> 콘텐츠총괄(부국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좋은 표지이야기를 쓸 줄 몰라 방황하는 막내기자가 공모를 고민하는 이들을 대신해 질문을 던졌다.

좋은 탐사보도는 시간과 비례

<한겨레21> 표지이야기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해준다면.

정은주 콘텐츠총괄(이하 정) “다른 주간지에 견줘 <한겨레21>은 담론보다 현장을 담은 기사가 많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다. 외국 주간지와 비교하자면 (<이코노미스트>보다) <뉴요커>에 가깝다. 좋은 표지이야기의 조건 첫째는 사람, 둘째는 현장, 셋째는 의외성, 넷째는 트렌드다. (‘의외성’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예를 들면 ‘가덕도에는 상괭이가 산다’는 표지이야기가 있었다. 공항과 땅을 둘러싼 문제에 상괭이라는 의외의 주인공을 내거는 식이다.”

류이근 편집국장(이하 류) “<한겨레21>에 탐사보도가 많은 것도 큰 장점이다.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고발형 탐사보도는 아니더라도 기획이나 르포를 아우르는 탐사보도 사례가 많다. ‘공장이 떠난 도시’(제1269호)가 좋은 탐사보도 표지 중 하나였다. 울산과 전북 군산에 기자가 각각 6주간 머물며 공동체 속으로 들어갔다. 산업생태계에 나타나는 균열을 발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을 보여줬다. 좋은 탐사보도는 (취재에 투여한) ‘시간’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인풋 없이 아웃풋을 기대하긴 어려워서다.”

기자가 쓴 10여 편의 글 구성을 살피면

좋은 표지이야기를 발굴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잘 들으면 된다. (어떻게 들으면 되나?) 사람 이야기를 잘 듣고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재밌는 상황이 포착된다.(웃음) 2013년 3월 서보미 기자가 ‘월세뿐입니다’(제951호)라는 표지이야기를 썼다. 일상의 이야기를 듣고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바뀌는 분위기를 포착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월세가 활성화하지 않았다. 작은 움직임을 담은 좋은 기사다. 촉을 세워 열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 이야기가 재밌는지는 주변에 물어봐라. 편집장을 할 때, <한겨레21> 편집장이 뉴닉 인턴이 되면 어떨까 물었다(제1329호 ‘니우스, Mㅓ가 Zㅔ일 잘나가?’). 재밌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듣고 표지이야기를 썼다.”

“좀더 보태면 작은 차이가 탁월함을 만들어낸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려 했다. 인물을 보더라도 정면만을 담지 말고 측면이나 뒷면에서 보면 다른 실체를 드러낼 수 있다. 단, 생뚱맞지 않아야 한다. 2005~2007년 <한겨레21> 평기자로 있을 때, ‘불행한 동침! 부부강간 700명 여론조사’(제563호), ‘의원님은 알바 중!’(제570호) 등의 표지이야기가 기억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자신감을 갖고 다른 각도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겨레21>은 그동안 베트남 양민 학살이나 양심적 병역거부처럼 낯선 이슈에 이름을 불러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취재하려면 막막할 수 있는데, 취재 비법 같은 것도 궁금하다.

“취재할 때 당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듣고 싶고 들은 내용을 왜곡 없이 잘 전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말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대부분 사람은 말하고 싶어 한다. 기자는 묻는 직업이지만 자격증이나 면허증도 없다. 묻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뿐이다. (잘 취재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낯익은 것을 낯선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잘 모르면서도 안다는 착각 속에 산다. 통권호로 낸 ‘쓰레기 TMI’(제1374·1375호)가 그 예다. 쓰레기는 매일 나오고 주변에 깔려 있지만 쓰레기의 일생은 잘 모른다. 쓰레기가 생겨 사라질 때까지, 그 일생을 쫓아가는 관점이 쓰레기를 다시금 보게 하지 않았을까. 저 위 하늘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말고 주변에서 발견한 것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좋겠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뭘까

잘 쓰는 일도 쉽지 않다. 표지이야기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한겨레21> 기자를 한 명 꼽아서 그 사람이 쓴 기사 10여 편의 구성을 살펴보면 된다. 기사는 구성이 80%다. 많은 기자가 구성만큼은 자기복제를 한다. 좋아하는 기자가 스케치와 인터뷰를 어떻게 넣고 통계는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된다. 그 구성에 맞게 취재하면 글은 써진다.”

“자료조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기존 이슈가 집약된 지점을 모두 살펴야 한다. 기사, 논문, 단행본 등을 보며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잡아야 한다. 이후 취재 내용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중요하다. <한겨레21> 표지이야기에 긴장이 떨어지는 에세이를 실을 순 없다. 딱딱한 스트레이트도 어렵다. 상상력을 너무 많이 불어넣는 소설작법도 어렵다. 이야기로 풀어낼지, 데이터 분석이나 통계를 쓸지 고민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표지이야기 지원작을 기대하는지 말해달라.

“남들이 알고 싶고 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해보는 일들. 저 새벽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은 누구지. 따릉이의 하루는 어떨까. 사소한 일상이 궁금하다.”

“독자가 참여하는 표지공모제를 한 적이 있다. 독자가 기사 아이템을 발제하고 기자와 독자가 기사를 함께 썼다. 그렇게 ‘플라스틱 로드’(제1265호) 표지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쓰자. 그때의 접근법이다. 식상한 주제나 차별성 없는 주제 대신 우리네 삶을 둘러싼 많은 것을 다뤄줬으면 한다.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절망하고 심지어 삶을 포기하게끔 하는 무언가도 주제가 될 수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제951호, 제1265호, 제1329호, 제1374· 1375호 통권호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제951호, 제1265호, 제1329호, 제1374· 1375호 통권호



지난 표지이야기


제951호 월세뿐입니다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4032.html

제1265호 플라스틱 로드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7145.html


제1329호 니우스, Mㅓ가 Zㅔ일 잘나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192.html


제1374·1375호 통권호 ‘쓰레기 TMI’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07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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