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학교로 강연을 가는 중에 단박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후원을 신청하고 ‘창작집단 도르리’에 정기구독 신청을 해줬기 때문인 것 같다. 인터뷰 울렁증이 있어 평소 같으면 거절했을 텐데 덜컥 허락하고 말았다. 전화한 사람이 조윤영 기자였기 때문이다. 청소년 자해와 노동 문제를 다룬 기사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 반가웠다. 얼떨결에 단박인터뷰를 한 지 1년 만에 또 조 기자한테 후원자의 편지를 부탁받았다. 이번에는 2019년 탐사보도 ‘공장이 떠난 도시’를 읽고 골수팬이 된 터라 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편지를 쓰려고 하니 독자와 후원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 두서없는 글을 시작한다.
내 ‘문제의식’ 함께 ‘답’ 찾는 친구나는 1987년부터 빈민 지역에 들어가 ‘기찻길 옆 공부방’을 하면서 지역의 아동·청소년과 이웃을 만나왔고 지금도 여전히 동료들과 공부방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 관심은 아동, 청소년, 청년, 빈곤여성, 교육, 노동, 재개발, 주거환경 문제까지 두루 뻗쳐 있다. 거기에 2001년 인천 강화군 양도면으로 귀농한 뒤에는 농촌, 이주노동, 결혼이주여성으로 관심이 확장됐다. 농촌에 살면서 구제역과 조류독감을 겪고,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겪어 동물권과 환경 문제에도 관심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유기견과 길고양이 열세 마리와 함께 살아 유기 동물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처지가 이러니 문제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온갖 문제에 부딪히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내게 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답을 찾아주는 친구다.
나는 신문 창간 독자이고, 도 창간 때부터 정기구독을 하고 있다.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다. 오랜 친구가 그렇듯이 섭섭한 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우정을 끝낼 생각은 한 적이 없다. 1987년부터 33년 동안 공부방을 해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웃과 갈등을 겪고, 오해를 받고,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내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공부방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는 오랜 친구를 좋아한다. 새로운 관계를 맺기보다 오랜 관계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과도 그런 관계인 것 같다. 그런 친구라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었다. 내가 지역 청년들에게 을 소개한 이유다.
1994년 창간 때부터 계속 모아두던 을 2001년 강화로 이사할 때야 버렸다. 그때도 인덱스를 붙인 잡지는 강화까지 싸들고 왔다. 그러다 한 7년 전 더는 쌓아둘 곳이 없어 다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지금 7년 치 이 또 쌓여 있다. 그렇게 아끼는 과 소원한 때도 있었다. 탐사보도가 연성화된 느낌을 받았던 때다. 그래서 주마다 찾아오는 을 건성으로 보고 넘기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 그 거리감을 다시 허물어준 기사를 만났다. ‘가난의 경로’였다.
그때부터 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으면 속이 탔다. 이 몇 개월, 혹은 1년, 혹은 더 긴 시간을 탐사한 기사를 낼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지난해 은 봄과 가을 두 차례 걸쳐 보호대상 아동의 보호 종료 이후를 다뤘다. 내게는 정말 단비와도 같은 기사였다. 2006년께부터 아동복지시설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자립을 돕게 되었다. 만 18살에 어른이 된 이들은 허허벌판으로 내몰린 채 자립과 독립을 강요당했다. 거기에 더해 부양의무제와 사회복지 통합전산망은 청년들을 홀로 세우기는커녕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양의무제 폐지를 이야기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해 안타까웠다. 의 ‘만 18살 자립’은 보호 종료 청년들의 목소리가 되었다. 보육시설에서 퇴소한 우리 청년들과도 함께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를 계기로 우리 청년들도 자신의 존재를 좀더 당당하게 드러내고 후배들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소년 자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준 것도 좋았다. 우리 공부방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 전 여러 언론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빌거, 휴거, 이백충, 삼백충’ 같은 말을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계급 갈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막상 서민 지역에 사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그런 말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불평등과 혐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자극적일 때 약자에게는 오히려 차별을 고착화하고 혐오를 강화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호(제1304호) ‘임대아파트 옆 과소학교’ 기사도 좋았다. 2년 전 라는 동화책에서 같은 주제를 다룰 만큼 관심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더 낮고 예민하고 깊어지길나는 내 친구 의 시선이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니 더 낮아지고 예민하고 깊어지면 좋겠다. 사심 어린 부탁도 있다. 농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언제부턴가 한국 언론에서 농촌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사에서조차 소외되는 농촌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지금 내가 사는 강화에는 난개발을 비롯한 환경 문제, 일자리,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여성, 노인, 청소년 등 주목해봐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결혼이주여성, 계약직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도 좀더 주목해주면 좋겠다. 원고지 7장이라고 했는데 쓰다보니 할 말이 자꾸 떠오른다. 어쩌겠나. 오랜 친구에게는 부탁할 일도 고마움을 표할 일도 많은 게 당연한 일이니.
김중미 작가*은 늘 ‘독자와 함께’합니다. 뉴스룸에 도착한 설·한가위 퀴즈큰잔치 응모엽서를 살펴보면 “기자가 쓴 독자 단박인터뷰 기사도 좋지만, 독자들이 쓴 글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참 많았습니다. 독자님들의 당부를 잊지 않고 후원제 첫돌을 맞아 창간 때도, 후원제 출범 때도, 기꺼이 함께해준 독자이자 후원자인 김중미 작가에게 ‘에 보내는 편지’를 부탁했습니다. 독자, 후원자와 함께하려는 의 다양한 시도입니다. 김중미 작가의 편지를 시작으로, 독자·후원자님들의 두 번째, 세 번째 편지를 기다립니다. 에 편지를 보내고 싶은 분들은 독자 전용폰(010-7510-2154)으로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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