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독편 단톡방 달군 ‘불매운동’

7월 한 달 독편3.0 채팅방에서 벌어진 열띤 토론

“본질 잃은 일본 혐오” vs “우아한 독립운동”
등록 2019-08-14 00:53 수정 2020-05-03 04:29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가 사연 등을 밝히는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7.25 연합뉴스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가 사연 등을 밝히는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7.25 연합뉴스

“불매운동은 단순한 감정적 표출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을 막으려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비폭력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7월9일 독자편집위원회3.0(이하 독편3.0) 2기가 참여한 단체대화방에 ‘J****’님이 올린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 류이근 편집장은 다음호 표지이야기를 예고하며 독편3.0 2기 위원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마감이 임박한 목요일 저녁, 기자들의 문제의식과 독자 의견이 반영된 다음호 표지 이미지 후보들이 대화방에서 독자 투표를 거칩니다. 다음날 류 편집장은 최종 선택된 표지 이미지를 대화방에 다시 올리고 후일담을 들려줍니다. 6월17일 문을 연 독편3.0 2기의 대화방에서 최근 한 달 동안 이례적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주제는 바로 불매운동이었습니다.

원고지 30장 분량, 대안까지 뻗어간 토론

‘J****’님이 불매운동을 토론장에 올린 7월9일 이후, 한 달 새 불매운동을 언급한 독자들의 메시지만 30개가 넘었습니다. 분량으로는 원고지 30장이 넘습니다. 불매운동 토론은 때로는 간헐적으로, 때로는 폭발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습니다. 7월12일 ‘정**’님은 ‘J****’님이 남긴 메시지를 길어올려 이런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불매를 통해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게 결과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를 향해 가는 길에 장애물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반도체사업 같은 경우는 피해 상황이 어떻게 되고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7월28일 대화방도 잠잠해지는 일요일이었지만 불매운동 토론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궁금증이 생겨 여쭤봅니당ㅎㅎ.”(‘난**’님) “시간이 지나면서 불매운동이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중략) 무조건 일본 제품은 구매도, 사용도 하지 말라는 것은 일본 혐오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수와 혐오에만 그치고 그 너머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중략) 혐한이 심해져 재일동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난**’님)

곧이어 ‘김**’님과 ‘성**’님 등이 의견을 보탰습니다. “혐한으로 일본 동포에게 피해가 갈까 하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네요. 그런 여파가 있을 수 있겠고 걱정도 됩니다.”(‘성**’님)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른 ‘J****’님은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에서 일본 콘텐츠를 재생했더니 대학생 친구들은 ‘일본 콘텐츠는 합법적으로 볼 수 있더라도 불법으로 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었습니다”라며 또래 젊은 세대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열띤 토론은 불매운동의 의미와 대상, 방법론, 대안까지 다양하게 가지를 뻗어갔습니다. “불매운동 말고 국민이 할 수 있는 친일 청산이나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적 표현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J****’님) “혐한에 불매로 맞서는 것, 하나의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성**’님)

“강요·강제는 폭력적”

독자들은 위로와 공감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의 방향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지난해 다녀온 일본 여행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았다고 친구에게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중략) 저 역시 불매운동 취지에 공감하고 실천하려 노력 중이지만 이걸 강요하고 강제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김**’님)

대화방을 달군 토론의 불씨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앞으로도 독편3.0 2기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담론을 종종 전해드리겠습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