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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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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견한 ‘21’의 얼굴

3월8일 서귀포 대평포구에서 제주 독자 모임이 열렸습니다
등록 2019-03-23 11:32 수정 2020-05-03 04:29
‘돌담꽃’에서 만난 제주의 <한겨레21> 독자들.

‘돌담꽃’에서 만난 제주의 <한겨레21> 독자들.

“사실은요, 안녕하수꽈, 이거 아니라고, 이 얘기 하러 왔어요.”

세계 여성의 날이자 첫 번째 지역 독자 모임이 열린 3월8일, 제주 독자 김정희 샘( 독자의 호칭은 선생님의 애칭 ‘샘’으로 통일합니다 ^^)의 일성에 류이근 편집장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류 편집장은 2월15일 제주 독자에게 “독자님, 안녕하수꽈?”로 시작하는 지역 독자 모임 소식을 알렸지요. “제주에서 이런 말 거의 안 써요. 안녕하시우꽈, 이렇게 말해요.” 다른 참석자들도 정체불명의 인사말을 들은 소감을 풀어놓으며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제주어 사전도 있는데 전국 독자가 다 보는 잡지에서 이런 실수 하시면 안 됩니다.” 전국에 배포되는 매체의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책임감에 따끔한 충고를 생각하면 아직도 귓불이 달아오릅니다. 제주 독자 모임을 일종의 ‘정정 보도’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제주 독자 모임은 제주 서귀포시 대평포구의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돌담에 꽃 머무는 집’에서 열렸습니다. 저조한 참석률을 염려한 신용철 샘의 소개로 함께한 잠재(!)독자를 비롯해 10여 명이 와 주셨습니다. 참석자 중에는 제주의 고유한 정취에 이끌려 ‘이민’한 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돌담꽃 사장이자 독자인 권형우 샘은 2010년, 윤재하 샘은 2011년, 김옥 샘은 2012년에 제주도민이 되셨다지요.

샘들은 마주 앉아 대평포구의 변질된 풍경을 두고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대한 근심부터 나누었습니다. 뻔한 미래를 짐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아마 지금이 제일 좋을 것”이라는 자조로 마무리됐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류 편집장과 독자들이 그 의미를 찾으려고 마주한 듯했습니다. 제2공항 건설을 두고 도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제주 독자들은 의견이 같았고 이는 뉴스룸의 보도 관점과도 일치합니다. 은 지난해 7월 오버투어리즘을 표지이야기로 내세운 제1220호(‘관광 쓰나미 제주를 덮치다’)를 발간했습니다. 독자와 소통할수록, 독자가 누구인지 알아갈수록, 독자와 기자의 역할은 달라도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뉴스 커뮤니티 ‘동지’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제주 독자 모임을 위해 류 편집장과 소통하면서 장소 섭외 등 ‘현장 반장’ 역할을 해주신 신용철 샘의 말도 이런 맥락에 있었습니다. “을 보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저랑 비슷하실 것 같아서 이런 모임을 지속하고 싶어요.”

독자에게는 ‘종이’와 ‘활자’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오상철 샘은 “신문 보다가도 종이에 메모하고, 책도 밑줄 그으면서 본다. 컴퓨터로 보다가도 휴대전화로 옮겨서 종이에 메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도 수첩에 메모를 했습니다. 김용철 샘은 노트를 꺼내 ‘필기’를 했습니다. 동행한 아내 강영신 샘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남편은 신문에만 파묻혀 있어요. 그러다 좋은 기사 있으면 저한테 읽어주거나, 자장가로 읽어달라고 할 때도 있고요.” 7년 전 제주로 왔다는 김옥 샘은 이슈는 오로지 을 통해서만 만난다고 했습니다. “저는 텔레비전도 안 보고 라디오도 안 들어요. 휴대전화나 포털도 잘 안 봐요. 볼 시간도 없고요. 뉴스가 최신 뉴스예요. 이게 좋아요. 느린 호흡으로 사는 거요.”

윤재하 샘도 “의 속도가 나에게 맞다”고 했습니다. “자해 3부작 기사를 보고 많이 놀랐어요. 나중에 보니 기사를 방송에서도 다루더군요. 이 먼저 보도한 이슈가 방송에 나오는 일이 많아요.” 속도는 느려도 질량이 있는 보도를 찾는 사람들이 독자였습니다. 제주에서 발견한 의 얼굴입니다. 다음엔 어떤 얼굴을 발견하게 될까요.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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