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필하라”고 했다. 언뜻 기자가 알아듣지 못하자 “곡필하지 말고”라고 덧붙였다. 무엇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사실을 그대로 쓰라는 뜻이다. 13년차 독자 이진욱(37)씨의 엄중한 말씀에 13년차 기자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대구에 사는 13년차 독자, 낯설다.=영덕에서 자란 초등학교 교사다. 2002년 첫 발령을 받고 그해 초겨울부터 봤다. 마케팅팀에서 연락이 왔다. 독자는 아니었지만 를 지지하는 마음이 한켠에 있어서 구독했다. 한때 부모님이 파산해 정기구독을 중단했다.
-부모님이 사업하셨나.=농사지셨다. 2000년대 초반 태풍, 집중호우가 3년 연속으로 몰아쳐서 농사가 망했다. 땅과 집을 다 팔고 부모님은 파산해 고향을 떠났다. 국립대 다니던 동생은 대학을 중퇴하고. 난 교사였지만 혼자서 감당이 안 됐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
-다시 어떻게 보게 됐나.=노무현 전 대통령 비석에 이렇게 적혀 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라도 돼야겠다 싶었다. 그 뒤 서점에서 다시 을 사봤고 구독했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사람인가.=‘모난 돌’이다. 윗사람에게 잘 대들고 관리하기 어려운 아랫사람이다. 대부분은 윗사람에게 밉보일까봐 입을 닫고 살지 않나. 나는 자연스럽게 내 생각을 얘기한다.
이진욱씨는 ‘미래의 독자’인 딸 사진을 보내며 몇 가지 의견을 덧붙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나왔는데 관심 부탁한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선출됐지만 학교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학교에 20대 조합원이 없다. 대부분 30대 후반~40대 초반이다.” 그는 에 한국현대사 칼럼도 제안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와 정의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동력은 역사에 있다”면서 말이다. ‘13년 우정’이 물씬 느껴졌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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