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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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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호를 읽고

등록 2014-06-14 14:02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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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우신 전염되는 듯한 슬픔과 분노

기획이 좋았다. 이전 사고들과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기사는 여럿 있었지만 당시 사고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모여 그때의 슬픔과 분노를 공유하니 표지이야기 ‘참사가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를 읽는 나에게도 그 감정이 전염되는 듯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같은 방향으로 수렴되는 과정은, 다시는 이런 참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울림을 만들었다. 다만, 4명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기사 분량이 모자란 듯했다. 이런 기사는 온라인상에라도 전문(혹은 최대한 이에 가까운)을 실어주는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김영식 대통령 변화 촉구는 낭만적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리더로 변화되도록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특집 기사는 원론적인 면에서 맞다. 하지만 대통령 리더십의 변화가 요구대로 이뤄지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조적인 접근 없이 개인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낭만적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 성향은 그가 속한 사회·경제적 구조와 계급의 이해관계를 통해 형성된 사회적 산물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 ‘당을 바꾸는 뼛속 체질 개선’을 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속한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현실적 제안이 없어 아쉽다.

권준희 재난 막은 노력에도 무게감을

패배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재난학 기획이 인상적이었다. 재난과 재난 사이에서 어떤 체제를 꾸려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수십 년 동안 똑같이 되풀이되는 아픔과 고양터미널·장성요양병원 등 최근의 두 화재를 비교했다. 하지만 재난을 막은 사례에 대한 접근이 없어 아쉬웠다. 3호선 지하철 방화가 참사로 비화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재난학을 위해서는 우리의 감각을 압도하는 참사뿐만 아니라, 그것을 막은 노력에 대해서도 같은 무게감이 부여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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