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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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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호를 읽고

등록 2014-04-19 15:19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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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희 하루 일당 5만원과 5억원

군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 보낼 때의 고역을 처음 알았다.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의 특별기고에서 구치소에서 일거리가 없다며 사실상 징역의 시간을 보낸 박 교장의 5일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하루 일당 5억원에 대비되는 박 교장의 일당 5만원은 견고한 불평등을 보여줬다. 이슈추적은 향판 제도를 없앤다고 ‘황제노역’ 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생기면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그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식에 익숙하다. 기초선거에서의 무공천 방침 또한 같은 선상에 놓여 있을 테다. 그래서 문제를 풀어나갈 ‘정치’를 이야기하는 녹색당 서형원 과천시장 예비후보가 더욱 반가웠다.

김찬혁 삼성이라는 제국

정부 규제를 피하면서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보고 드라마 이 떠올랐다. 법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증식과 분열을 반복하는 치밀함도 놀랍지만, 장남 세습 같은 전근대적인 사고를 보고 있노라면 ‘제국’이라는 명칭이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기사가 삼성의 사업 조정과 계열사 간 관계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증거일 테다. 정보의 충실함이 장점인 동시에 한계도 되었다. 끊임없이 나열되는 정보가 가독성을 떨어뜨린 것이다. 비슷한 계열사 이름과 숫자들 사이에서 행간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전형우 눈시울 붉히게 한 사진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흠칫했다. 크레인 줄에 사람이 목 졸린 듯한 사진 때문이다. 포토² ‘슬픈 시간은 왜 멈추지 않는가’에서는 4·3과 강정마을이 오버랩됐다. 66년이 지났지만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한 국가의 폭력은 그대로다. 젊은 남편의 영정을 들고 있는 주름진 할머니의 사진과 글이 뒤얽혀 눈시울이 붉어졌다. 초점이 흔들린 살풀이와 풀 수 없게 얽혀 있는 철조망, 무덤에 내린 뿌연 안개가 4·3과 강정을 잘 보여줬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사진에 기자가 글을 덧붙이는 방식이 새로웠다. 때로는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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