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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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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호를 읽고

등록 2014-03-08 14:12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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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가치의 전복이 우선이다

‘기본소득, 이제는 상식입니다’라는 글씨가 표지에 박힌 1000호는 인상적이었다. 기본소득이 지금은 요원한 꿈이지만, 무상급식이 이루어진 것처럼 언젠가 그것도 상식으로 통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세원 마련 등과 관련된 그래프와 전문가들의 좌담도 유익했다. 기본소득을 말할 때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게으른 베짱이’ 이야기다. 많은 현대인이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테마가 있는 여행지를 찾아다니며 문화·예술을 하는 베짱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 게으름이 여유와 창조력의 원천으로 통용될 때에야 가능한 기본소득의 실현은, 보편복지의 실현이기 이전에 가치의 전복이다.

권준희 기념의 테크놀로지

이번호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리바이벌21’이었다. 한때 을 받고 가장 먼저 펼쳐보던 코너들을 재회할 수 있어 기뻤다. 일베를 게임의 코드로 읽어내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범람하는 놀이 속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에 감탄했다. 여전히 균형과는 거리가 먼,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새겼고, ‘굿’을 하는 이의 ‘사랑’에 오랜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그 사랑을 나눌지 살펴보았다. 이 코너야말로 기념에 가장 충실한 방식으로 20주년을 되새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은지 ‘바통 터치’의 정치학

기본소득을 다룬 표지이야기와 기획 ‘혁신 저널리즘의 시대’를 흥미롭게 읽었다. 묘하게 비슷했다. 지금의 주자와 후발 주자의 ‘바통 터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표지이야기는 기본소득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먼저 보여주고, 그 설계도와 전문가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쳐나갔다. 기획 역시 어려운 기술 용어보다는 알기 쉬운 사례를 끌어들여 미래의 저널리즘이 들고 뛰게 될 ‘바통’을 소개했다. 이어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통 터치’라고들 한다. 1000호를 맞이한 은 그동안 수많은 이어달리기 주자들을 만났다. 주자들이 잘 달리고 있는지만 궁금해하던 내가, 그들이 주고받은 바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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