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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뒤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손님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휴대용 전화기와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좌석 등받이를 세워주시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안내 방송이 들렸어요. 등받이를 세우려고 의자를 더듬거렸는데 이상하게 등받이 버튼을 못 찾겠어요. 이런! 사무실 책상 앞이었군요. 마감을 못했더니 환청이 들리나봐요.
스마트폰이 안 나왔다면 이런 질문은 안 하셨을 거예요. 전화·문자메시지 등 전파를 쓰는 기능만 차단하는 에어플레인 모드, 비행모드 모두 스마트폰이 생기며 나타난 기능이니까요.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은 비행 모드도 금방 해제해요. 비행기가 착륙하고 활주로에서 헤매는 동안 휴대전화 켜고 여기저기 전화하고 문자 보내더니 엉덩이 들썩거리다 승무원한테 제지당하는 장면, 흔한 풍경이에요.항공법을 찾아보면 이런 매너 없는 행동, 불법이에요. ‘전자기기의 사용제한’에 대해 밝혀둔 항공법 제61조 2항에는 “국토해양부 장관은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행 및 통신장비에 대한 전자파 간섭 등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여객이 지닌 전자기기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요. 그렇다고 기내에서 비행 내내 제한하지는 않아요. 이착륙할 때만 승무원이 안내를 하거든요. 항법장치 등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시점이기 때문이에요.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 300명이 모두 휴대전화를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고, 1명만 써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게 전자기기”라고 설명해요. 그만큼 안전과 이어지기 때문에 사용제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아무리 스마트폰을 비행 모드로 바꿔도 예외가 될 수는 없어요. 항공법 시행령에 기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정해뒀기 때문이에요. 휴대용 음성녹음기, 전기면도기, 그리고 생명과 직결되는 보청기와 심장박동기 등 네 가지뿐이죠. 그 밖에 항공운송사업자나 기장이 항공기 제작회사의 권고 등에 따라 항공기에 전자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한 휴대용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요. 승무원 등의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도 있어요. 이런 규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해요. 민간항공사가 있는 나라는 대개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정한 항공 안전 관련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죠. 국토해양부 운항안전과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법규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외국 항공사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사안마다 법을 적용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네요. 만약 착륙한 기내에서 법을 위반하는 일이 일어나면 항공기 등록 국가의 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아직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이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기내 항공법 위반 사례의 대부분은 흡연·소란이 차지한답니다. 승무원 안내에도 스마트폰 게임을 끄지 않는 건, 남들 보기에도 어른답지 못한 일 아닐까요.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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