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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죽으면 포털 사이트 계정은 어떻게 되나요?

등록 2013-02-15 23:46 수정 2020-05-03 04:27
인터넷을 하다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가 죽거나 해서 더 이상 계정을 쓸 수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계정이 자동으로 소멸되는지, 아니면 가족이 따로 연락을 해야 하나요?(유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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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 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 닌 경우가 되면 좀 복잡해집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 인정보보호윤리과 김소라 주무관은 “현재 법률 체계 에서는 사망자의 계정을 처리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의해줄 사람이 사라졌으니 공개도 못하는 거죠. 그러나 유족이 계정을 지울 수는 있습니다. 해당 포털 사이트에 사망 사실 확인서와 대리인이 가족 관계임 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보내 처리합니다.

계정 정보를 궁금해하는 유족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 원 118센터의 진충희 팀장은 “지난해 고인의 계정에 대한 상담은 약 40건으로 계정 삭제 절차를 묻거나, 제3자가 도용해 고인 대신 신고하려는 경우 등 다양 하다”고 말했습니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찾거나, 주인 잃은 블로그에 넘쳐나는 광고성 글을 지우려고 계정을 알려달라는 경우도 있을 테죠. 이처럼 세상을 떠난 이가 남긴 이른바 ‘디지털 유산’ 또는 ‘디지털 유품’을 관리할 수 있 는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2010년 천안함 순직 장병의 유 족들이 고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전자우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SK커뮤니케이션즈가 법적 근거를 들어 거절한 일이 알려지면서부터죠. 박대해·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 등은 인터넷 계정 이용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와 2촌 이 내의 친족이나 망자가 지정한 개인에게 인터넷 관리 권한을 상속시키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가 끝나 법안이 폐기됐습니다.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논쟁은 외국에서 더 활발합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 구(KISO)가 2011년 12월 펴낸 연구 보고서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미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됐다 전사한 미 해병대 저스틴 엘스워스의 유족이 야후 계정에 남아 있는 아들의 전자우편과 사진 등의 기록을 보여달라고 소송 을 제기해 승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야후는 계정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 고 1만 쪽 분량의 계정 정보를 담은 CD를 넘겨줬죠. 법원의 명령과 자사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 사이의 절충안을 꺼내든 겁니다.

고인의 계정을 관리해주는 ‘디지털 장의사’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곳은 미국의 ‘라이프인슈어드’(lifeensured.com)입니다. 300달러를 내면 의뢰인이 죽은 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관리해줍니다. 미리 유언을 쓰면 댓글도 일일 이 지워준다죠. 일본·독일에도 비슷한 업체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이러다가 유 언장을 페이스북에 남기는 시대도 오겠네요.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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