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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참 맛나요. 전 며칠 전에 전어회 먹었어요. 다소곳이 깻잎 한 장 펼쳐서 쌈장 듬뿍 바른 전어회에 마늘 하나 얹어서, 꿀~꺽!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란!
연탄불에 구워 먹는 전어구이도 최고죠. 허영만 작가의 에도 전어가 나옵니다. 전어 굽는 냄새가 사람 목숨을 구하죠. 한강 인도교에 올라가 자살 소동을 벌이는 남자 앞에서 주인공 성찬이 번개탄에 전어를 구우며 살살 회유를 합니다. 그만큼 전어구이 향이 매력적이라는 거겠죠?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도 전어구이의 구수한 향을 강조한 말이에요.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서유구는 〈난호어목지>라는 우리나라 생선 도감을 남겼는데요. 그 책에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 좋아하므로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부른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 속담, 알고 보면 며느리를 업신여기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해요.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라는 속담도 마찬가지예요. 그만큼 전어가 며느리 주기 아깝다는 거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속담 연구자로 손꼽히는 조남호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에게 이 속담의 유래를 물었어요. “여러 속담의 유래에 대해 조사해 알고 있지만, 이 속담의 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렇다고 실망하진 마세요. ‘시즌2’에 해당하는 속담도 있거든요. ‘(전어 냄새 맡고) 돌아온 며느리가 사실은 알고 보니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돌아왔다’는 말을 보면 그래요. 이 속담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일본어로 전어를 가리키는 ‘고노시로’라는 말에 얽힌 설화 때문이에요. 오래전 일본의 한 수령이 옆 동네 사는 예쁜 처자와 결혼하려고 했는데,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던 그 처자를 위해 아버지가 관 속에 딸 대신 전어를 가득 넣은 뒤 화장을 하며 “우리 딸은 죽었다”고 속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거든요. 그래서 고노시로는 ‘아이(자식) 대신의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대요. 도쿄에서 11년 유학한 김동규 한국외국어대 교수(일본어)는 “일본에서는 전어구이는 잘 먹지 않고, 어린 전어인 ‘고하다’는 초밥에 얹는 생선으로 먹는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에서는 전어 굽는 냄새를 주검 태우는 냄새에 빗대기도 하는데, 그런 이야기가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져 이런 속담이 등장했다고 짐작하기도 한답니다.
며느리가 돌아온 건, 전어 굽는 냄새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요. 전어가 가장 살이 오르는 시기는 한가위 무렵입니다. 이 때문에 집 나간 며느리가 그 냄새를 맡으며 봄에 심어놓은 농사 걱정에 돌아온다는 거죠. 암튼, 요즘에는 농사 대신 일하는 도시 며느리가 많은 세상이에요. 그래서 이젠 ‘돌아온 며느리가 빼앗아 먹을까봐 시어머니가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시즌3 속담도 나왔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많이 보네요. 어쨌든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속담이 시대상을 반영하네요. 그래도 이런 속담 유포자는 분명 ‘시월드’의 시어머니이겠죠?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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