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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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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10-27 14:44 수정 2020-05-03 04:27

이정주 상전벽해, 경제민주화

과연 땅을 사고판다는 게 가능할까? 250년 전 대서양을 건너온 청교도들에게 자신의 영토를 기꺼이 내준 인디언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지금 정치권에 한창 유행인 ‘경제민주화’ 또한 10년 전엔 그랬다. ‘정치라면 몰라도 경제에 무슨 민주화?’라는 생각이 상식으로 여겨졌다. 상전벽해다. ‘곽정수의 경제 뒤집어보기’는 그래서 새삼 낯설었다. 경제민주화는 10년 전엔 불온한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김도연 민주당이 곱씹을 이야기

세계의 많은 좌파정당 혹은 진보적 정당이 ‘신자유주의’와 이별하고 있다. 대개는 한때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다. 이런 맥락은 장석준의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퀘벡은 어떻게 대학등록금 인상을 저지했나’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를 내건 민주당이 인기 없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와 이별을 고했다고 주장하지만, 경로의존성이라는 건 쉽게 변하지 않을 터. 퀘벡의 시위를 통해 얻어진 결과가 왜 ‘반쪽’인지 민주당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J씨 동정심이 불편하다

대학생들은 겉으로는 청소노동자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황이라의 스머프 통신’의 대학생들처럼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우려는 이는 거의 없다. 동시에 대학생들은 노동자와 연대하려고 쌍용차 시위에 참가하겠다는 학생회를 정치적·좌파적이라고 비난한다. 결국 대학생들이 청소노동자에게 보이는 호의는 오히려 나는 절대로 그들과 같은 ‘노동자’가 될 리 없다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대다수 대학생들이 보여주는 청소노동자에 대한 호의가 불편한 이유다.

황소연 B급이 아니었던 이야기

내 이야기가 아닌 차별에 공감하기 힘든 시대다. 또 많은 경우 차별 자체보다는 당사자가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 자극적인 부분에 방점이 찍힌다. B형간염 보유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기사는 누구나 겪을 수 있기에 더 예민해져야 하는, 차별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다. 분리와 혐오에 대한 집착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폐쇄적인지 보여주는 척도다. 다름을 틀림과 동일시할 때 혐오증은 만들어진다. 사회가 차별의 ‘수직감염’을 잉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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