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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는 ‘똥개’, 고양이는 ‘도둑고양이’인가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록 2012-10-27 14:37 수정 2020-05-03 04:27

개는 왜 ‘똥개’, 고양이는 왜 ‘도둑고양이’인가요? 지나가는 개와 고양이를 보며 친구들과 한참을 얘기했습니다. 똥에 집중해서 생각해보면 고양이는 똥을 누고 나서 흔적을 없애지만, 똥개는 함부로 똥을 누니까 그렇게 부르는 건가요?(김응목)

엄마는 제가 11살 때 강아지 한 마리를 사주셨습니다. 진돗개라 우기셨으나, 전 금세 똥개란 걸 알아챘죠. 오일장에서 아저씨에게 내민 5천원을 보고 말았거든요. 그래도 상관없었답니다. 신이 난 저는 제 이름을 따 ‘서보창’이란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그 녀석과 함께한 2년은 참 따뜻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집을 나간 그 녀석은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답니다. 동네 아저씨의 목격담을 토대로, ‘로드킬’을 당했다고 추측만 할 뿐이죠. 흑흑. 이제라도 보창이의 뿌리를 찾아주려는 사적인 마음을 가득 담아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똥개를 집중 파헤쳤습니다. 한참 똥똥거릴 예정이오니, 식사 중이거나 비위가 약한 분은 바로 ‘맛있는 뉴스’로 건너뛰어주시길.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신소윤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배고프면 개는 똥도 막 먹지만, 고양이는 절대 안 먹어~.” 마음으로는 강하게 부정하며 눈으로는 다급하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았습니다. 그가 옳았습니다. ‘똥을 먹는 잡종 개’라고 나와 있습니다. 역시나 ‘똥고양이’란 말은 없네요. 조항범 충북대 교수(국문학)가 어원을 추정해주었습니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선 흔히 개가 아이들이 싼 똥을 먹어치우곤 했답니다. 사람이 먹을 음식도 없을 때니, 일종의 개와 사람 간 타협안이었던 셈이죠. 제 고향인 제주에서 키우던 ‘똥돼지’와 같은 맥락입니다. 참고로, 언행이 나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개차반’이란 단어도 여기서 나왔답니다. 개가 먹는 반찬, 한마디로 똥인 거죠. (××야, 몰랐다. 미안하다!) 그러나 사전대로 잡종 개만 똥을 먹는 건 아니었습니다. 캣츠앤독스동물병원 이진용 원장의 설명입니다. 개가 왜 똥을 먹는지는 개만 알 것이나, 똥개든 순종 애완견이든 원래 똥을 먹는답니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양이 똥은 애완견들도 선호한다네요. 다만 그들은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니 그럴 기회도, 필요도 없을 뿐이죠. 그런데 자기가 싼 똥을 먹는 개에겐 분명 문제가 있답니다. ‘식분증’이란 병에 걸린 건데요, 주인의 관심을 끌거나, 아무 데나 똥을 싼 뒤 혼나지 않으려고 애쓰다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되는 거랍니다. 사전엔 없지만 일부에선 똥고양이란 말도 씁니다. 단순히 잡종 고양이란 뜻입니다. 고양이는 자기 똥도 더럽게 느껴 숨기기에 바쁘니, 네 똥 내 똥 상관없이 먹을 리가 없겠죠.
아차차, 그러고 보니 도둑고양이를 깜빡 잊고 있었네요. 똥개와 달리 도둑고양이는 습성과 큰 상관이 없습니다. 사전에선 ‘주인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몰래 음식을 움쳐 먹는 고양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녀석들만의 특성은 아닙니다. 야생에 사는 다른 동물들도 생존을 위해 자주 인간들의 음식을 넘보니깐요. 사전에도 도둑고양이와 같은 의미로 ‘도둑개’란 말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래서 요샌 도둑고양이란 말 대신 거리에서 사는 고양이를 ‘길고양이’, 줄여서 길냥이라고 한답니다. 훨씬 공정하고 귀엽죠?
결론적으로 오랜 세월 똥개로 불려온 잡종 개들과 도둑 취급받아온 길고양이들은 참 억울합니다. 사람들이 밥만 제대로 주거나 거리로 내몰지만 않았더라면 애완동물처럼 품위를 지키며 살았을 테니까요. 말 못하는 그들을 대신해 외칩니다. 똥개, 도둑고양이는 누구를 위한 똥개, 도둑고양이냔 말입니꺄아악!!!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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