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동안 저나 제 주변 한국 사람들은 선풍기를 밤에 틀어놓고 자면 위험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제 친한 독일 친구가 “그런 미신이 어디 있냐”며 처음 듣는다고 하네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박장미)
사진 한겨레 곽윤섭
A. 그 독일 친구분, 그저 황당한 표정만 지으셨나요? 아마도 위키피디아에서 ‘팬 데스’(Fan Death)를 검색해보지 않으셨나 보네요. 사실, 이 이야기는 월드~와이드~웹 인터넷 세상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도시 괴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만 떠도는 괴담이라는 거죠. 위키피디아에는 “매년 여름이 되면 한국 언론들이 이 이야기를 기사 소재로 활용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네요(저도 동참?). 유튜브에는 한국의 도시 괴담을 대놓고 풍자한 애니메이션도 있어요. 선풍기가 사람을 위협해 세계를 지배하지만, 타이머 달린 선풍기가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줄거리죠. 그 밖에 외국인이 밤새 선풍기를 켜고 잠을 자는 임상실험, 한 한국인 여성이 선풍기로 남자친구 17명을 잃었다는 믿지 못할 증언을 하는 패러디 뉴스 등 ‘한국의 도시 괴담’을 조롱하는 동영상,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진 걸까요? 해방 전부터 선풍기가 있었는데요. 1928년 8월9일치 에는 ‘선풍기 바람을 쐬면 왜 기분이 나쁠까’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1960년까지는 고관대작 집에서 선풍기를 도둑맞은 일이 기사로 실렸을 뿐, 선풍기를 켜고 자다 사망한 사건 기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1972년 7월18일 에 “서울 영등포구 구로3동 전규영(31)씨가 집에서 선풍기를 켜놓은 채 숨졌다”는 기사가 등장합니다. 당시 경찰은 “방 안에서 선풍기를 장시간 쐬다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네요. 그 뒤로 2000년대까지 매해 여름 선풍기 사망 기사가 쏟아집니다. 1973년 서울 동대문구 숭인2동에서 선풍기를 틀다 죽은 이발사 부부의 사망사건에서 부검을 한 이화여대 부속병원 내과의사 박효대씨는 과의 인터뷰에서 “선풍기를 가까이 틀어놓고 잠들면 내쉬는 숨이 원활치 못해 시간이 오래가면 체내에 탄산가스가 쌓여 죽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정상적인 성인이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쐬다 질식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선풍기가 저체온증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답니다. 다만 건강한 성인이 아닌 영·유아나 만취한 사람 등에 해당하며, 그 영향력도 미미하답니다(선풍기보다는 에어컨이 더 위험할 듯?).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의로도 활동했던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는 “건강한 사람은 체온이 떨어지면 몸을 웅크리는 등 반응을 하기 때문에 선풍기가 체온을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하는 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선풍기로 인한 질식사는 ‘라디오를 켜놨는데 사망했다’는 말처럼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튼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한국의 도시 괴담’은 국내 선풍기 기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괴담을 향한 두려움이 타이머 기능은 기본이고, 14단계로 바람 세기를 조정하는 선풍기,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 약해지는 선풍기, 역풍 선풍기 등을 탄생시켰으니까요. 메이드 인 코리아 선풍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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