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font color="#C21A8D">Q.</font></font> <font color="#C21A8D">왜, 다섯시 다섯분이 아니라 다섯시 오분일까요? 왜 시 앞에는 순우리말이고 분 앞에는 한자로 세나요? 궁금해용.(sunyoung)</font>
<font size="4"><font color="#006699">A.</font></font> 그러게요. 최근 금요일 마감을 마치고 다섯 분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새벽 다섯시 오분께 귀가한 저로서는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는 질문입니다. 특히 와이프가 내린 통금에 걸려 문 밖에서 새벽이슬을 맞고 개처럼 떨었던 그날의 기억까지 보탠다면 반드시 답을 찾아 앞으로 다섯시 오분이 아닌 네시 오분 정도에 귀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 일념으로 국립국어원에 물었습니다. 국어생활종합상담실 가나다전화 담당자는 먼저 “왜 그래야 하는지 정해진 이유는 없다”며 “관용적 표현”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또 “시라는 개념은 비록 한자이지만 오랫동안 써온 까닭에 한글로 인식된 반면, 분초는 원래대로 한자로 여겨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시(時)는 오랫동안 우리의 생활 세계에 있어온 까닭에 순우리말로 느껴져 다섯시로 읽고, 분(分)은 한자로 여겨 오분으로 읽는다는 뜻입니다. 뜬금없이 술시가 떠오른 것은 제가 애주가이기 때문일까요.
좀더 자세한 이유를 알아보려고 서울대 국문학과 고영근 교수가 쓴 (집문당 펴냄·2008)을 펼쳐보았습니다. 고 교수의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5시의 시는 한자어로 원래 오시라 읽어야 하지만 고유어로 동화된 정도가 강해 다섯시로 읽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고유어로 동화된 정도가 낮은 5분과 5초는 그냥 오분 오초라 읽는다는 것이죠. 그럼, 모든 시간을 이렇게 읽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12시를 기준으로 그 아래는 우리말로 열시, 열두시 이렇게 읽지만 13시, 24시는 십삼시, 이십사시로 읽습니다.
이러한 예는 또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서수 관형사(한·둘·셋·다섯·열·이십·삼십 등)는 단위성 의존명사 앞에 옵니다. 단위성 의존명사는 고유어계(그루·마디·벌 등)와 한자어계(명·척·개 등)로 나뉘는데, 단위성 의존명사 앞의 수는 우리말 서수 관형사로 읽습니다. 쉽게 말해 ‘한 명, 열 척, 열두 그루, 열세 벌’ 등으로 읽지, ‘일 명, 십 척, 십이 그루, 십삼 벌’이라고 읽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물론 여기서 애주가 여러분은 예외가 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주 ‘각 한 병’이 아니라 ‘각 일 병’을 예로 들면서. 이는 술자리에선 쓸 수 있지만 말글살이에는 맞지 않는 표현 되겠습니다. 소주 각 한 병이 맞는 표현인 셈이죠). 그러나 이 문법은 20을 기준으로 달라집니다. 20 이상에서는 고유어인 스물, 서른 등과 함께 한자어인 이십, 삼십 등이 병용해 쓰입니다. 가령 스무 명, 서른 척, 서른여덟 그루와 이십 명, 삼십 척, 삼십팔 그루가 동시에 쓰이는 거죠. 결국 수가 높아질수록 한자어로 읽는데, 이는 한자어가 더 말하기 쉽다는 이점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결론! 5시 5분은 다섯시 다섯분이 아니라 다섯시 오분이고, 제 통금 시간은 다섯시 오분이 아니라 이십사시 삼십분이다, 되겠습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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