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어린이 인기 만화 노래가 휴대전화 컬러링이다. 애칭 ‘표님’(29)은 이렇게 놀기를 좋아하는 청춘이다. 하지만 어쩌나. 놀 수는 있으나 놀고먹을 수는 없는 우리 시대 청춘 가운데 한 명이다. “노는 게 제일 좋은데 놀지 못해 슬픈 표님”은 그나마 위안을 삼겠다며 놀던 시절 사진을 보내왔다.
독자 표님.
1. ‘독자 10문10답’ 인터뷰를 신청한 이유는.
놀고 있을 때라서 인터뷰하면 뭘 준다고 해서. 내가 을 좋아한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백하고 싶으니까.
2. 왜 본명 대신 ‘표님’으로 불리기를 원하나.
‘표’씨가 드물어서,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표’라고만 불렀다. 그때부터 내 자존감을 높이려고 ‘표님’이라 부르라고 했다. 남녀노소 다 ‘표님’이라 부르니까 ‘언니’ ‘누나’ 등의 호칭과 직책이 없어져서 좋다.
3. 다들 ‘과장’ ‘부장’ ‘팀장’으로 불리며 산다.
이름 뒤에 직책이 붙으면 낯간지럽기도 하고 서열과 관계가 정리돼서 유쾌하지 않다.
4. 컬러링처럼 놀고 사시나.
한 여성단체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좀 쉬었다. 2주 전부터 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놀면서 살기에는 돈이 필요한 더러운 세상이라….
5. 언제부터 을 읽었나.
고등학교 다니던 1998년부터 읽었다.
6. 꽤 오래 읽었다.
나보다 더 오래 읽은 사람도 많이 봤다.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은 내가 택한 세상을 보는 창이다. 외로울 때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7. 기억에 남는 기사는.
고등학교 때 읽은 기사인데, 박용현 전 편집장이 쓴 아나키스트에 관한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시절 한창 민감할 때였는데, ‘내가 잘못 사는 게 아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천원 인생’ 기사도 울면서 봤다. 고 장자연씨 기사도 좋았다.
8. 아쉬웠던 기사는.
아쉬울 틈이 없다. 적재적소에 좋은 기사를 써줘서. 최근 보도한 양심적 병역거부 기사도 잘 봤다. 다만 경제 기사가 아직도 어렵고 이해가 잘 안 갈 때가 있다. 조금 더 재미있게 풀어서 써주면 좋겠다.
9. 앞으로 삶의 계획은.
삶의 계획이 제일 막막하다.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쓸쓸함과 우울함이랄까. 내가 오리지널 ‘88만원 세대’라 엄마한테서 독립하는 방법은 결혼밖에 없는데 결혼 생각은 아직 없고, 홀로 살아서 서울에서 전셋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 수입도 있어야 하고 내가 가진 조건에서는 힘들고…. 쓸쓸하다.
10. 혹 남자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오늘 인터뷰 질문 중에서 가장 쓸쓸한 질문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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