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7살 난 딸아이의 질문입니다. 제가 대답을 못했습니다. “엄마! 손에 뽈록 나온 티눈 같은 걸 왜 사마귀라고 해? 사마귀 얼굴이 그려진 것도 아니잖아.” 피부에 난 사마귀를 왜 사마귀라 부를까요?(김상미)
A. 제게도 등 왼쪽에 물사마귀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본 못된 친구들은 “젖꼭지가 등에 달렸다”며 놀렸고, 착한 친구들은 “등에 뭐가 묻었다”며 떼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걸 제거한 건 8~9년 전쯤이었습니다. 길 가다 우연히 발견한 피부과 입간판에 ‘사마귀 완치’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다행히 제 물사마귀는 레이저로 3분 만에 제거했는데요, 최근 편평사마귀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은 재발로 걱정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사마귀의 어원에 대한 답변을 먼저 말씀드리면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흔히 알려진 사마귀의 어원은 ‘살마귀’입니다. ‘살’과 입자나 덩어리를 뜻하는 접미사 ‘~마귀’가 결합해 살마귀가 됐고, 살마귀가 점차 사마귀로 변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우선 살마귀라는 단어의 정체부터 모호하다는 반론입니다. 조항범 충북대 교수(국어국문학)는 “15세기까지 살을 가리키는 단어는 지금처럼 ‘아’가 쓰이는 ‘살’이 아니라 ‘아래아’가 결합한 ‘사·ㄹ’이었다”며 “설사 살과 마귀가 결합했더라도 중간에 ㄹ이 왜 탈락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마귀의 어원에 대해 국어학계에도 정설로 통하는 주장이 없는 만큼 ‘어원 미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 교수는 대신 “15세기 중세국어에서 사마귀를 ‘사마괴’로 불렀다는 사실은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 나와 있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곤충박사’로 통하는 박해철 농촌진흥청 연구사(이학박사)의 주장도 일치합니다. 박 연구사는 ‘사마괴’의 존재를 가 아니라 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사마귀’의 15세기 형태가 ‘사마괴’였을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죠. 하지만 박 연구사 역시 아쉽게도 사마괴에 대한 추가 설명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는 곤충 사마귀의 어원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을 들려줬습니다. “1954년 에 실린 ‘사마귀’라는 글을 보면 곤충 사마귀는 한자어 ‘사마귀’(死魔鬼)였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불교에서 ‘사마’(死魔)는 목숨을 빼앗고 혼을 파괴하는 악마로 정의하는데요, 여기에 ‘귀신 귀’(鬼)를 붙여 사마귀가 됐다는 겁니다. 사마귀를 여러 곤충의 목숨을 빼앗는 악마로 본 거죠.”
박해철 연구사는 아울러 “피부에 나는 사마귀와 곤충 사마귀의 관계에 대해서도 확정적인 학설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간에 ‘곤충 사마귀가 피부에 난 사마귀를 뜯어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어떤 단어가 먼저 발생했는지 몰라도 분명한 연관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피부에 난 사마귀를 왜 사마귀라 부르는지 시원한 답변이 없는 셈인데, 이런 설명은 어떨까요. ‘사마귀’의 15세기 형태가 ‘사마괴’였다면, 이건 ‘사마’(死魔)와 덩어리를 뜻하는 ‘괴’(塊)가 결합한 것 아니었을까요. 즉 ‘혼을 빼앗을 만큼 사악한 걱정덩어리’라는 뜻입니다. 물론 학문적 근거는 없습니다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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